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지 2년 차가 되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자연스레 병원 이용도 줄어들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상황은 다른 것 같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도 바뀌었는데. 코로나가 처음 터졌던 작년에는 마스크는 당연하고. 선글라스에 일회용 장갑까지 착용하고 감염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며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 일상의 제약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우울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분들의 방문이 늘었다. 최근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백신접종과 관련된 불안감으로 여러 신체증상들과 함께 수면장애를 겪으시는 분들도 있다. 이렇듯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증가하다보니, ‘코로나 블루’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블루(blue)는 우울증의 일부 증상이 나타나지만, 일시적이고 경미한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블루’가 합성된 신조어로, 정식적인 의학 진단명은 아니다. 주요 증상을 보면 먼저 기분이 우울하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평소보다 잠들기가 어렵고 중간에 깨기도 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를 보며 불안감을 느낀다. 또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거나 소화불량을 느끼곤 한다.

코로나 블루도 결국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다. 코로나19처럼 외적인 스트레스가 있으면 인간의 몸과 마음은 대나무가 휘어지듯 적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코로나 블루가 확실하다면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적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잘 먹고, 잘 쉬는 사람은 스트레스로부터 빠르게 회복, 즉 회복탄력성 지수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코로나 블루인지 치료가 필요한 주요 우울장애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고 간주하고 방치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언제 병원을 방문해야 할까?

우선 수면이나 식욕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죽고 싶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코로나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의 재발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재발 징후가 관찰된다면 신속하게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가슴 답답함, 소화 장애 등으로 내과적인 검사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호전이 안 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코로나 블루를 위한 심리적 방역을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마음건강 지침 10가지를 발표했다.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2.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3.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4.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세요.
5.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세요.
6.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7.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세요.
8.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9.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10. 우리 서로를 응원해주세요.

이외에도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코로나와 관련된 기사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좋지 않은 사례에 반복해서 노출되면서 파국화(catastrophizing)와 같은 인지 오류가 발생하는데,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SNS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러한 기전을 가속화 시킨다. 또한 시각적인 자극은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권장한다. 휴교, 재택근무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큰 변화가 생기면서 낮과 밤이 바뀌게 되면 수면장애, 식이습관의 변화, 활동량 저하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체중이 증가되기 쉽다. 코로나 상황도 우울한데 ‘확찐자’까지 되면 곤란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리는 것에 주저하지 말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