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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 바우처 제도 논의할 때가 됐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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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9.26 13: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정부는 조세를 징수하고 재정을 집행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조세와 집행이란 말은 쉽게 가계나 기업식으로 표현하면 수입과 지출이다. 가계나 기업은 합리성과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지출을 결정한다. 그래서 수입은 극대화하려는 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국가가 재정을 운영하는 방식은 가계나 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합리성이나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면의 기대효과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출을 단행한다. 고인 곳을 먼저 채우는 물과 같은 습성을 갖는 것이 재정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정책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해 시장에 돈이 돌게 하고, 그로 인해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했던 것이 루스벨트의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현실과 맞아떨어졌다. 뉴딜정책을 통해 과감하게 재정 지출을 확대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당시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딜정책의 성공적 수행으로 다시 일어서 세계의 경제 대국이란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이후 여러 국가는 재정을 운영하는 새로운 본보기를 뉴딜정책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정의 적절한 투입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여러 차례다.

국가가 조세의 징수와 재정의 집행을 통해 이루어내야 할 많은 기능 중 하나가 빈부격차의 해소이고, 몰락 위기에 놓인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고소득자나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세를 넉넉히 거둬들여 소외계층과 경쟁력을 잃은 산업 분야에 투자해 소생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농업과 어업을 비롯해 영세 소상공업 등에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낙제점일지 몰라도 몰락해가는 산업을 구하고 그와 연관된 산업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는 적지 않게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방신문사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각 가정에 신문을 구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의 운용을 고려해볼 시기가 됐다. 신문의 몰락은 지방지와 전국지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지방지가 겪는 경영위기는 전국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대기업이 집행하는 광고를 전혀 수주하지 못하는 데다 정부 부처의 지원 손길에서도 제외되고 있어 지방신문은 좌초위기에 몰려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광고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지방신문사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함량 미달의 매체가 난립하며 지방신문이 지역사회에 막대한 폐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신문은 지금껏 지역민과 더불어 호흡하며 지방의 목소리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방에서 이루어내야 할 현안이 생기면 지자체 및 지방 정가와 연계해 합당한 논리를 개발해내고 이를 지속 보도하여 지역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중앙정부를 향해 지역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도 지방신문이 맡았다. 지방신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지금껏 지방신문은 열악한 환경 속에도 그런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지방신문이 사라지는 날 지방의 민심을 하나로 엮어낼 구심은 사라지게 된다. 지방신문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고, 종전과 같이 지역의 민심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에 내맡겨서는 지방신문이 생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농업과 어업, 소상공업에 재정이란 산소호흡기를 들이댔듯이 지방신문산업의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구상해 봄 직한 것이 ‘지방신문 바우처’제도이다. 각 가정에 지방신문을 구독할 수 있는 일정액의 바우처를 국가 재정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2020년 국가 예산이 600조 원이 넘어서는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각 가정에 지방신문 월간 구독료 정도를 지급하는 것은 절대 무리한 집행이 아니다. 이런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면 지방신문은 얼마 못 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 지방신문이 사라지면 각 지방의 현장 목소리를 내고, 정서를 모으는 그 막중한 역할은 누가 감당하겠는가. 지방이 없는 국가는 없다. 지방도 살리고 지방신문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지방신문 바우처 제도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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