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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명절’ 보낸 이야기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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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05 16: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주말 휴일이 겹치면서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추석 명절이 지나고, 바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탓에, 이번 추석 집콕명절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깊었었다. 설 명절 연휴에는 제대로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이 사적모임 인원제한의 완화로 8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서 반갑고 기쁘기는 했지만,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을 걱정을 하며 부엌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숨가쁜 연휴를 보냈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을 테고,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일부만 편안한 명절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돌아가신 고인을 기억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 하는데, 명절에 들이는 시간, 노동, 돈, 노력의 대가만큼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을까?

명절이 되면 그 집안의 전통과 명절문화가 어떤가에 따라서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장을 보는 일, 음식을 만드는 일, 차례 지내는 일, 설거지 등 명절연휴 기간 동안 치러지는 많은 일들이 여성 혹은 남성이 주로 하거나 아니면 서로 도와서 함께 하거나 그 집안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명절이 전보다 평등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명절은 더 평등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절에 집안일을 나누어서 하거나, 장거리 운전도 번갈아 하고, 차례준비는 간소화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는 명절이 되면 양가를 번갈아 방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친정과 시가의 구분을 뛰어넘는 열린 명절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보다.

지난 설에 시가 식구들과 함께 모였으니, 이번 추석에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 지내겠다고 맏사위가 들이닥쳐서 귀찮기도 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지인이 있었다.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가족회의를 한다는 지인도 있었다. 그는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리 명절을 보낼 계획을 짜면서 각자 바라는 명절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웃는 명절’이 가능해 지더라고 힘주어 말했다. 각자 명절 때 해야 할 역할을 나눠보는 것, 온 가족이 웃을 수 있는 명절의 준비는 가족회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자신의 생각을 신념처럼 가지고 있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기후위기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왔던 또 다른 지인은 올 추석은 환경과 경제를 고민하는 명절이었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음식과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렸고, 음식은 먹을 만큼, 참석하는 사람들이 나눠서 준비하도록 했단다. 남기지 않고 알맞게 준비해서 음식물 쓰레기 0%에 도전해서 성공했고, 가지 수를 많게 하기 보다는 고인이나 가족이 좋아하는 특별한 메뉴로 준비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명절이어서 뿌듯했단다. 정성을 담아 간소하게 지내니 조상님이 더 흐뭇하셨을거라 생각한단다. 생각을 바꾸고, 주위에 알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가는 것. 자신으로 부터, 자기 집부터, 명절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명절 문화는 세대가 바뀌면 저절로 바뀌어 질까? 아직도 많은 장남, 맏며느리들이 명절이 다가오면 소화불량에 알 수 없는 두통까지 생기는 이유는 뭘까? 명절은 꼭 큰 집에서 지내야하는 걸까? 아들, 딸 구분없이 키워졌으니 출가외인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어간다. 모든 딸, 아들, 장남, 차남 구분없이 형편에 따라 돌아가면서 지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가족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놀 수 있는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집안 어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명절은 또 돌아온다. 아이들이 명절을 잠만 자거나, 뒹굴며 TV시청을 하는 날로 기억하지는 않도록 하자. 어른들끼리만 고스톱에 술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돌아오는 명절에는 가족이 재미있게 함께 보낼 수 있는 명절 가족놀이를 개발해 보는 것도 좋겠다. 명절이면 더욱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수 있다. 혈연, 가족관계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을 다지는 따뜻한 명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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