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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의 세계관과 자유·독립 (1)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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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07 18: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홍만표 충남도 국제통상과장·지역정책학박사

윤봉길 의사의 자유와 독립의 스피릿과 세계관은 어쩌면 회중시계에 함축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말 의병 및 항일독립운동 연구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김상기 교수의 윤봉길 의사 연구 논문‘尹奉吉의 농촌계몽과 사상‘에 따르면, 윤봉길 정신의 원천은 성리학에서의 결의정신, 계몽운동가에서 혁명운동가로 변신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홍주의병의 민족정신에 있었다는 것이다.

큰 흐름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사실적 묘사에 적극적으로 동감을 하는 바이다. 그런데 한가지 윤봉길 정신에서 나타난 개별과 이웃과의 연대적 세계관을 당시 국제관계, 동아시아 정세 및 세계적 담론과 트렌드를 읽고 있었던 모더니스트 관점에서의 언급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논문에서 윤봉길의 독립운동은 ‘계몽운동의 성공을 위한 독립을 선행하기로 결심했다‘ 는 주장에도 내가 바라본 시각과 큰 맥락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나의 짧은 시각이지만, 독립운동가를 대표하는 김구의 사상과 비교했을 때 당연히 대한민국의 독립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나 독립된 국가를 최우선 하는 독립운동과는 윤봉길이 원했던 것은 ’개인의 작은 삶의 행복과 자유와 자율을 위한 독립이 필요‘ 했다고 출발점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논문의 주장과 조금은 다른 시점인 개별적 의지를 통한 자유와 독립의 측면에서 윤봉길 정신을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감히 재해석 해 보았다.

보부상의 중요 집성지에서 태어나 유소년시절을 지내 온 윤봉길은 암흑했던 일본 식민 통치 시대에 청년이 되어 당시 농업의 생산성 향상의 방법론에 착목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 사회와 함께 실행했던 것은 민족자본 축척을 위한 것이기도 했기에 한국의 자본주의 맹아론과도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는 놀라운 구상과 실천적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싶다. 윤봉길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전근대적 인습에서 벗어나 민족 단위로 개인의 자율적 행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근대 모더니즘의 흐름에 맞춰 사회 구성체를 대전환하고자 국가의 독립을 추구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윤봉길 정신을 한반도의 공간적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평화의 주체는 인간‘에 있다는 인문학적 사고를 기조로 한 개개인의 개별적 행복과 큰 권력과의 조화되는 길을 작금의 동아시아정세 속에서 평화의 주체인 인간과 민제(民際), 그리고 세계시민공동체라는 측면에서 모색해 보고자 한다.

‘20세기는 야만의 시대였다’ 이 말은 국가 성립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강대국이 약소국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야만의 관계’가 당연시되던 폭력의 세기로 동물의 약육강식과 비슷하다. 적의가 가득한 국가와 민족 간 대립은 평화롭게 살아갈 개인의 권리와 삶의 질까지 앗아갔다. 특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가 잃은 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감각이다.

21세기, 현재 우리들의 삶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뿌리 깊게 내재한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국가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거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투키디데스의 말을 떠올리면 암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 어떻게 하면 국가와 민족 간 평화의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처참한 역사를 경험한 인류는 국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러한 고민은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이론적 탐구로 이어졌다.

국가 간 세력균형을 이뤄 질서를 유지하자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이 그중 하나다. 쉽게 말해 힘으로 견제하자는 기본적인 원리를 가지고 원초적인 인간 본성을 구체화한 이론이다. 국경을 넘는 개인의 자유로운 교류가 일종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게 한다는 자유주의 이론도 등장한다.

이들의 이론 모두가 일정한 시각에서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하면 설명하기 모호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국가를 행위 주체로 삼는 현실주의적 시각은 구체적이며 개개인의 삶을 가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경제나 문화의 교류가 정치·군사적 평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자유주의적 시각은 때론 무색할 만큼 이상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평화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점이다. 또한 인간의 노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해 주는 주체는 국가다. 이에 주민자치를 통한 평화번영의 길에는 개개인의 역량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해야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면, 우리가 인류 공동체라는 연결의 고리를 끊임없이 찾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때론 고대국가에서의 ‘백제문화’와 같은 역사가 될 수 있고, 근현대에 와서는 민주주의나 인류애, 자유, 인권 등의 가치가 될 수도 있다. 이 연결 고리의 다른 이름은 신뢰이다.

여전히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큰 파도가 칠 때 배를 끈끈이 지켜주는 것이 동아줄이다. 우리 개개인의 작은 삶들은 튼튼한 동아줄의 일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윤봉길 스피릿의 핵심인 평화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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