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양극화 바람
대학의 양극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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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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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전국에 한파가 기습했다. 한파 경보 지역도 있고, 대부분 한파 주의보가 발령됐다. 바람도 세다.

날씨는 추워지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상을 되찾는다. 대학가, 특히 지방대학에 불어닥친 입학자원의 한파는 언제 끝날지 암울하다. 일반대의 경우 수시 접수가 끝나고 서류평가와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대는 그 시기들이 1주일 정도 늦다. 서류평가작업을 하는 교수들은 휴일에도 학교에 나가 평가장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고 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대학가의 모습은 비슷한데, 지방대 교직원들은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최근 입시 상황을 보면, 권역 간(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 권역 내 대학 간 양극화, 대학 내 학과 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번 수시 입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입학자원이 줄어든 지난해와는 달리 약간 늘어난 이번 수시 입시경쟁률은 대체로 상승하였다. 일반대의 경우 전체 경쟁률이 202학년도에는 7.91, 2021학년도 7.51, 2022학년도 8.04대 1이다. 수도권은 2021학년도 10.70에서 2022학년도 11.69로 0.99 증가, 비수도권은 5.46에서 5.76으로 0.30 상승하였다. 지난해 최악의 등록률로 곤욕을 치른 대학들은 모든 전력을 입시에 투입한 결과 한숨을 돌리고는 있는데, 과연 등록까지 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권역 간 양극화는 오랜 기간 고착될 것이다. 수도권 전문대의 경우 서울과 최근접 거리에 있는 전문대의 보건 계열은 일정 기간 안정권에 머물겠지만, 서울과 거리가 먼 전문대, 인문사회계 학과의 경우 경쟁률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일반대의 경우 2023학년도까지는 브랜드가 좀 떨어져도 버티기는 하겠지만 대학의 실체와 경쟁력이 수험생들에게 노출되는 순간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강원권, 충북권, 경남권, 전북권, 전남권이 걱정이다. 지방 전문대의 경우 생사의 기로가 재깍재깍 다가온다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권역 내 대학 간 양극화는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역 내에서는 거점국립대 외에는 대학 브랜드가 고만고만하다. 지역 거점대의 경우 근성이 대체로 사립대에 비해 약하다. “학생들이 오지 않아 극한의 어려움에 부닥치면 거점국립대로 통합되면 되지 뭐”라는 안이함을 떨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입학박람회가 취소되고, 고교나 학원에서 방역상 대학 교직원의 방문을 꺼린다. 접촉이 적어질수록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학의 기존 브랜드와 자신이 알고 있는 대학·학과 위주로 선택한다. 우리의 지각 수준은 한계가 있어서 원거리에 있는 대학의 실체는 잘 모른다. 맨날 보는 권역 내 사립대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총장 등 교직원들이 죽어라 하고 노력하는데도 입시경쟁률의 급상승을 거두지 못하는 게 이 때문이다. 10년 정도의 대학 이미지가 고착된 결과다. 인지부조화이론이다. 코로나19도 곧 끝나간다. 해당 대학 총장들은 자책하지 말고 3~4년간 더 죽어라 하고 노력해 보라. 세상이 꼭 인과관계에 따라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대학의 등록률은 인과관계가 비교적 높은 영역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스스로 이겨내라.

대학 내 학과 간 양극화는 전략과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치위생학과, 방사선학과 등 국시에 합격하면 취업이 거의 보장되는 학과의 경우 지방대에서도 꾸준히 안정권을 유지할 거라고 본다. 항공 계열의 경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받았지만, 곧 2년 전의 상황으로 회귀한다고 본다. 스튜어디스 인력을 배출하는 학과의 경우 능력 있는 교수진과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항공사로 취업이 연계되는 대학의 경우 안정을 유지할 거다. 어학 계열 학과가 어려워지니 교수를 이적시켜 간판만 그럴듯하게 항공 서비스학과 등으로 재개장한 학과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할 거다. 항공 서비스, 예술계열 학과, 미용 등 뷰티케어학과 지망생들은 자기들끼리 다양한 교신 수단을 통해 학과에 대해 알 건 다 안다. 대학 내 인기 학과의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전체 경쟁률이 높게 나오는 착시현상이 보이는 대학들이 상당히 있다. 대학 내 양극화를 극복해 미달 학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학과 수요층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술학부, 의류패션학과, 뷰티케어학과 등의 경우 특히 서울권 유명 업체의 취업을 희망한다. 그럼,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미용학과의 경우 서울권에 갈만한 일반대는 2개에 불과하다. 거점국립대로는 제주대 하나밖에 없다. 이번에 신설된 배재대 뷰티케어학과에서 “90% 이상 서울권 유명 업체에 조기 취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건 스마트하다. AI/SW 관련 학과들이 디지털혁명 시대의 주력학과인데도 지방대에서 입시경쟁률이 낮은 건 학생들이 수학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AI가 대세니, 우리 대학에 오라”고 접근하는 거보다 “8등급이라도 AI의 전문가로 취업하도록 하겠다”라고 홍보해야 한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과가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에 많이 포진된 학과, 즉 대체재가 많은 학과의 경우 수시 입시 5대 1도 장담 못 한다.

급한 대로 공유대학에서 활로를 찾아보자. 기차 플랫폼이나 공항이 기업마다 항공사마다 달리 짓는다면 얼마나 비효율인가? 학과별로 기초과목부터 관심 대학 간에 강의를 공유하도록 하자. 학습 공급 비용도 줄이고, 기업에서 원하는 교과과정을 표준화할 수 있다. 공유 강의의 효과성을 실감하면 전국대학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메타버스, 홀로그램,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등 다양한 실감미디어를 강의에 적용할 때 빠르게 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대학 간, 학과 간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이 빠르게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학기 간 구분도 다양해져서 조기 졸업이 가능하고, 학·석·박사학위 취득 기간도 단축될 것이다. 지식의 주기가 빨라진다. 미네르바 형 대학과 산업화 시대형 대학 간의 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언제까지 일반대와 전문대 간의 구분이 존치되어야 하나? 아직은 이 구분의 해체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아 대선의 공약으로 등장하지 않고 있지만, 차차기 대선에서는 등장하지 않을까? 대학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모습은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 중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At the time the wind began to blow.” (그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입학자원의 급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의 적응, 공유대학, 디지털혁명 기술에 따른 지식전달 방식의 변화 바람이 이미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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