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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아쉬운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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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18 16: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여름인지 가을인지 가늠이 되지 않던 날씨가 계속되더니 10월 중순 서울 기준으로 64년 만에 가장 추운 아침을 맞이했다. 준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놀라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누비 점퍼를 꺼내 입고 나왔다.

아는 언니가 때 이른 김장을 했다며 김치를 가지고 왔다. 그 언니 또한 살면서 이렇게 빨리 김장해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배추 무름병이 와서 더 오래 두면 모두 썩어 없어질 것 같아서 김장했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하 수상한 시절을 살고 있으니 배추 무름병까지 오는 것인지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자꾸 탓을 하고 싶어진다.

어젯밤에는 문학회 모임 사람들과 F20 영화를 보고 왔다. F20은 편집형 조현병의 질병 코드다. 줄거리는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를 끝내고 돌아오는 아들 도훈을 애란이 마중 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어학연수를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들이 조현병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할 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유찬이 엄마가 많은 위로를 해주며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런데 사건은 유찬이 엄마가 같은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서부터이다. 애란은 아들 병이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고 유찬이 엄마를 멀리한다. 그러던 중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아파트에서 발생한다. 주민들은 조현병 환자인 유찬을 의심한다. 사람들의 편견을 두려워한 애란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제 아들 도훈이 아픈 것을 소문낼까 봐 유찬이 엄마를 죽인다.

이 영화를 비평하는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해주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의 입장을 잘 표현 하지도 못했고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의 입장도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영화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도훈과 유찬이의 입장은 없다. 또 엄마가 아들의 병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숨기고 싶어 했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니 가족 처지에서는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한 조현병을 정확하게 관객에게 알리지도 못했다는 평들을 하고 있다. 영화자막에서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것이 조현병이라고 나온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그러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스릴러 형식으로 다뤄 F20으로부터 더 멀리 도망가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애란을 보면서 잘못된 방식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자식을 지키려고 한 엄마의 애절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고양이를 죽인 것이 유찬이라고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의심하자 무릎을 꿇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하는 유찬 엄마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에 이런 병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 주민들과는 다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강의를 끝내고 밤 12시가 넘어오는데 흡연 구역에서 주민 한 분이 앉아 있었다. 가슴이 덜컥했다.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종종 늦게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어떤 아저씨가 밤늦게 그 자리에 앉아 있다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이상한 아저씨 아니냐고 이사를 하자고까지 한다. 알고 보니 그분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일을 해서 밤늦게 우리가 자주 본다는 것을 알았고 안도했던 일이 있었다.

다루기 힘든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에 모정까지 덧입혔다. 그렇기에 기대가 더 컸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것은 나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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