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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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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0.20 14: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엄복동- 일제 강점기, 각종 자전거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휩쓴 체육인이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 안창남 비행사, 손기정 선수와 함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긍지를 심어 준 분이다. 전하는 이야기에는 털털거리는 중고 자전거를 타고 경기에 출전했으며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놓고는 엉덩이를 들었다’고 한다. 결승점을 향한 가속을 위한 질주 자세였을 것이다. 이 모습을 본 관중들은 "올라간다"라며 환호했다고 한다. “올라간다”는 곧 우승한다는 말이었고, 움추렸던 일제 강점기의 민족적 울분을 토해냈던 환호성이 됐다고 한다.

지난 여름 현관 앞에 못 보던 자전거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체대에 꽃무늬도 있고, 앞바퀴 위에는 바구니도 달려 있는 바구니 자전거였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이젠 자전거를 타고 운동도 하며 시장도 보러 가겠다”고 한다. 탈 줄 아느냐는 물음에 “까짓거 연습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고는 몇 일을 자전거와 씨름을 하더니 같이 자전거 라이딩을 하잔다. 웬만한 길은 자신이 있단다.

그래서 더위가 가신 오후 4, 5시경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유등천변 자전거 도로로 나갔다. 아내가 걱정되어 앞서게 하고는 뒤따라가며 코칭을 했다. 앞에 사람이 오면 ”따르릉“, 방향을 바꾸는 곳에서는 ‘왼쪽, 오른쪽”, 위험 요소가 나타나면 “멈춰”, 그렇게 하며 처음으로 한밭대교 밑까지 갔다, 다리 밑 쉼터에서 잠시 쉬어 목을 축이면서 천변과 오가는 사람들과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는 여유를 갖게 됐다.

늘 자동차로만 오가던 길을 한 단계 아래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둔치의 풀과 나무들의 모습이 새롭다. 다리 밑 쉼터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웬지 친근하다. 보조 바퀴를 달고 자전거 연습을 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간 잊혀졌던 모습들이다. 보아도 생각에 담지 못했던 모습들이 하나 하나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여유로움이다.

아내와 쉼터 의자에 앉아 있노라니 저절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별 대화 없이 살아왔던 지난날을 생각해 보며 “저기 노란 꽃이 기생화래. 하늘 하늘 거려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봐” 하며 괜스레 서먹 서먹함을 깨보기도 한다. 그렇게 가끔 천변을 달렸다.

며칠이 지나니 아내가 자전거 운전에 자신이 생겼다고 하면서 매일 나가잔다. 하루는 한밭대교와 둔산대교까지, 다음날은 뿌리공원까지 자전거를 탄다. 덕분에 다리에 힘이 생긴듯하다. 뒷동산을 올라도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저런 가정사와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내와의 말문도 트여간다. 어쩌다 만나는 아는 얼굴들과도 즐겁게 안부를 나눈다. 모처럼 얻는 즐거움과 행복감이다. 큰애가 소식을 듣고 안전모를 사왔다. 작은 애는 안면마스크를 보내왔다. 안전모를 쓰고 안면마스크를 하고 나니 약간 폼이 난다. “이판에 복장도 갖추자”고 했더니 아내가 실력이 좀더 늘면 하잔다.

어쩌다 쉬는 곳에서 만나는 분들의 자전거 자랑을 들으니 기가 죽는다. 필자는 몇 만원짜리 중고 자전거인데, 어느 분은 몇 백만 원이 넘는다느니, 안장만도 몇 십만 원이라느니…. 추석을 앞두고 자전거를 수리하러 갔다가 바퀴 폭이 좁은 로드용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큰맘 먹고 00만원을 주고 구입을 했다. 발만 대도 굴러가는 느낌이다. ‘그래, 이 가을 covid19로 움추렸던 마음을 풀어보자’ 오늘도 새 자전거를 자랑하고 싶어 천변을 달린다.

천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를 걷고, 더군다나 개들까지 두세 마리를 한꺼번에 데리고 걸어 갑자기 충돌할 위험이 많았다. 필자도 몇 번 그런 위험을 경험했다. 자전거 도로에는 다니지 않는 서로의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또한 대전시민은 자전거를 타다 다치면 대전시에서 무료로 기입한 자전거 상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푸르러 지는 가을, 엄복동 선수처럼 자연을 느끼며 달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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