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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의 반란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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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15 14: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위드 코로나로 모처럼 모임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2년만인 것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음식점을 갔는데 문 앞에 요소수 대란으로 식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더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이 요소수로 인해 배송이 늦어진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름도 생소한 요소수에 관련된 뉴스가 며칠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닌 지 꽤 오래되지만 경유차를 타보지 않아서 요소수가 뭔지를 몰랐다. 그런 요소수를 사지 못해서 대란이 났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에 사용하는 촉매제라고 한다.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을 환경에 해가 없는 질소와 물로 환원한단다. 요소수가 필요한 차는 버스나 화물차가 대표적이지만 소방차의 80%, 구급차의 90%가 요소수를 사용한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통로가 막혀 품귀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스는 전했다.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해결책이 되지 않아 설왕설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낯설기만 했던 요소수 하나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데 경유나 휘발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보조역할을 하는 요소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 얕은 지식이 무너졌다. 이 사태가 계속된다면 물가도 오르고 택배 배송도 원활하지 못해 우리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보조역할을 하는 이 요소수의 반란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늘 묵묵히 일만 할 것 같은 사람들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그때야 그들을 돌아보고는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 어디에나 주연과 조연이 있고 함께 융합하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또 한 번 느낀다.

또한 우리 주위에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고 가끔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친구의 일이 떠오른다. 서울에 갔던 친구가 가방을 잃어버려 벌어진 일이다.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터미널 근처라 공중전화가 있더란다. 당황하니 콜렉트콜은 생각나지도 않고, 주머니를 뒤져도 동전 하나 없고, 사람들에게 빌려 달라면 이상하게 볼 것 같아 공중전화 주변을 서성이며 동전을 주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흔한 동전을 그렇게 귀하게 느껴본 적은 처음이라 하면서 웃었다. 그 후로는 주머니에 꼭 동전을 넣고 다닌다는 말도 함께 했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언제나 변함없을 줄 알았던 일상이었다, 그래서 ‘변함없는 일상의 지루함’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운운하며 일상 탈출을 꿈꿨었다. 마치 일상을 벗어나야만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탈출을 바랐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상의 자유를 빼앗기자 그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상으로 복귀라는 말이 반갑고 설레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원이든 사람이든 모두 유한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자원이 너무 흔해서, 너무 많아서, 귀하게 여기지 않고 지냈던 것들도 언젠가는 고갈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무분별함의 대가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처해 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여서 내 곁에 있는 친구도 가족도 영원할 것 같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속을 썩일 때마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하느냐는 친정엄마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에 요소수 현상에 예측하지 못하고 사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은 두려워진다. 다음에는 무엇이 또 우리를 혼란에 빠뜨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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