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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이젠 사회구조적 문제로 생각할 때

미혼모 대한 인식 변하고 있지만 주위 편견·색안경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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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0.12 19:27
  • 기자명 By. 문승현 기자

지난 10일은 임신과 출산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005년 12월 제정된 임산부의 날이었다. 풍요의 달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문화 개방 추세가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은 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축복받지 못하는 임신과 출산이 늘고 있으나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부족과 지원책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싱글 맘들의 어려움과 정부의 지원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6일 충남 논산의 모 아파트 소화전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은 고등학생 아빠, 엄마였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아기를 목졸라 죽이고 버렸다고 진술했다. 대전에서도 지난 5월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지역사회를 당혹케 했다.

빠른 시대변화 속에 성문화 개방 추세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분만건수는 22 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어린 산모들은 주위의 편견과 눈총을 받으며 임신과 출산 과정을 홀로 견딜 것인가 아니면 눈 질끈 감고 아이를 버릴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선택이 뒤바뀌고, 그 과정 어디에서도 국가나 사회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전의 미혼모자시설 ‘아침뜰’김은나 원장은 “가족개념의 변화, 개방적 성 문화, 낙태금지 등 여러가지 이유로 미혼모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들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들은 가족의 냉대와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죄인 취급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33곳 뿐인 미혼모자시설은 대부분 정원이 다 찼고, 신규 입소하려면 몇달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사회복지회 등 단체에 따르면 미혼모 숫자는 전국적으로 2만 60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아침뜰에는 31명의 미혼모와 7명의 아기가 입소해 있다. 지난해 170명의 미혼모들이 아침뜰을 거쳐갔고, 그중 48명이 10대 청소년이었다.

더 큰 문제는 퇴소 후다.

아침뜰의 경우 머물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위급한 상황에 있을 수 있는 또 다른 미혼모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아침뜰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김 모(20·여)씨는 “동갑내기 아이아빠가 마트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내년초 입대한다”며 “아르바이트해서 돈 좀 모이면 (동성)친구랑 집을 구해 같이 살면서 (아이 아빠를)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한달전 딸 예림이를 낳았다.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

서울이 고향이라는 김 모(36·여)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잘 사귀던 남자가 임신 사실을 알고는 연락을 끊었단다. 직장도 포기하고 대전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3주전 은찬이 엄마가 됐다.

“나갈 생각하면 막막한 게 사실이지만 은찬이 낳고부터는 용기 같은 게 생겼다”는 김씨는 “우선 기초수급자격이 되는지 알아보고 있다. 그게 잘된다면 아이를 어디에 맡기더라도 일을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은나 원장은 “한부모 가정에 월 5만원 주는 게 유일한 정부 지원이다. 부모 등 가족이 있다면 기초수급자도 되기 어렵다”면서 “설사 기초수급자격이 되더라도 취업을 하면 그 자격이 박탈되니 차라리 일을 안하니만 못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정기간만큼은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집중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시설을 나올 때 퇴소자립금이나 임대주택우선권, 전세자금 대출 등의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설 운영보조금 외엔 지원이 전무하다며 지자체 차원의 도움도 요청했다. 시설 입소자들의 출산 전후관리, 숙식 및 아기용품, 취업 연계를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감안하면 항상 부족한 살림이기 때문이다.

아침뜰의 경우 1년 예산은 5억 5000만원 정도. 이중 60~70%가량을 지원받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반씩 부담한다. 나머지는 후원과 홀트아동복지회 지원으로 충당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의 미혼모는 32세대 71명으로 월 5만원 아동양육비가 지원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며 “그들의 연령대별 분포 자료 같은 것은 없고,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해 미혼모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을 드러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임신·출산·양육보다 더 큰 축복과 행복은 없다”

임산부의 날 행사에 참여했던 보건복지부 차관의 축사 중 일부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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