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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불법 쓰레기 단속 현장을 가다

음식점·공터·뒷골목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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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1.23 19:27
  • 기자명 By. 김학모 기자

음성군은 광역쓰레기 매립장과 진천군과의 협의를 통해 지난 10월 1일부터 분리수거가 되지 않았거나 규격 봉투에 담기지 않은 불법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있다.

음성군은 단속을 통해 22일까지 불법 쓰레기 투기 199건을 적발하고 16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일부 지역은 쓰레기 규격봉투 사용률을 20%에서 90%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불법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환경위생과 직원을 따라 단속현장으로 가 보았다.

<현장 1>

주택가 공터에 접근하기 시작하자 역한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규격봉투가 아닌 검은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수북하다.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규격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 3명이 관심을 보이며 접근한다.

쓰레기 속에서 용의자 것으로 보이는 우편물 봉투가 나오고 공무원들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옆에서 참견하던 50대 중반 아주머니가 쓰레기를 낚아채 뛰기 시작한다. 잠시 흐르는 정적, 단속 공무원들의 입에는 쓴웃음이 물린다.

<현장 2>

주민들의 신고로 도착한 현장에는 여지없이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불법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쓰레기 주인의 양심과 도덕까지 버려진 현장이다.

음식물과 생활 쓰레기가 뒤섞인 봉투를 열어 헤집은 지 5분여,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사회단체 이름이 쓰인 우편물 다수가 발견됐다.

직원들이 사무실을 방문해 확인시키자 끝까지 자신들이 버리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민원인들과 승강이로 파김치가 된 직원들에게 60대 한 아주머니가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고생이 많다고 위로한다. 순간 가슴이 훈훈해지는 순간이다.

군 직원들이 쓰레기 투기 용의자를 확인하는 방법은 봉투 속에 담긴 우편물이나 택배 상자, 사진 등이다. 주소가 담긴 우편물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 퍼즐 맞추듯 우편물을 조합하는 일이 일상화 됐다.

자칫 단속에 걸릴 것을 염려해 주소가 있는 부분만 도려내고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얌체족까지 생겨나고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5살짜리 꼬마가 모르고 버렸다는 핑계를 대지만 쓰레기의 무게로 보아 그 아이가 도저히 들 수 없을 정도인데도 끝까지 우긴다.

에피소드도 있다. 군 공무원들이 단속을 하고 있는 와중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김장하고 남은 배춧잎 등 음식물 쓰레기를 남의 논에 슬그머니 버렸다. 직원들이 버리면 안 된다고 하자 썩으면 거름이 되는데 왜 안되느냐고 오히려 화를 낸다.

때마침 단속 현장을 목격한 논 주인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자신의 논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현장에서 쓰레기 투기자와 신고인이 조우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자치단체마다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쓰레기 상습투기지역에 ‘양심거울’이나 ‘양심화분’을 설치하는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신의 양심마저 쓰레기로 추락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성/김학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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