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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취미 재벌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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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14 10: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복 받은 행운아다. 자신이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수가 높은데 싫은 일을 하는 것과 보수는 낮은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개인적인 의견으로 후자를 권하고 싶다. 돈이야 없으면 당장은 불편하긴 해도 훗날 더 벌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이 고역이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의 주된 업무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취미를 통해 업무에서 생긴 스트레스 해소와 지루함의 공백을 메꿀 수도 있기에 취미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취미를 갖는다는 것 또한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취미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소중한 시간을 내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취미재벌도 주위에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은 단조로운 일상에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 자신이 하는 일의 업무 능력을 높이기도 한다. 취미생활을 즐겁게 하는 사람의 업무 성과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이클 타기가 취미인 남편은 사이클 탈 때 그 어느 순간보다 제일 행복해 보이는데, 그 모습을 보면 행복감의 첫 발자욱이 취미 생활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도 하루일과가 여러 가지 스케줄로 꽉 차 있는 밝은 미소의 70대 어머니! 그 분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화려한 옷차림과 낭랑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주위 사람에게 노란빛 웃음을 선사해준다. 항상 그분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 영양제나 활력소를 마신 느낌이다. 그녀의 에너지 근원은 다름 아닌 다양한 취미생활이다. 좋아하는 일을 더 늦기 전에 다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작은 소망은 자신의 삶에 큰 활력을 주고, 만개한 기쁨이라는 꽃을 선사해 준다. 또 다른 80대의 이웃집 어머니는 친구들과 매일 백화점에 출근하여 식사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한다. “집에만 혼자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몸의 곳곳이 아프기도 하는데 외출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기분이 상쾌하다”며 미소 띤 얼굴로 힘차게 말씀하신다.

어쩌면 어르신들은 혼자 고립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 체취를 느끼며 대화하는 자체가 어떤 영양제 보다 가장 큰 보약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이라는 하루를 어떤 색깔로 채색하여 그림을 완성할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칙칙한 회색빛 유화를 그릴 것 인지, 화사한 파스텔 톤 수채화를 그려낼 건지...

취미가 없이 건조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취미는 필요 없다. 무취미가 취미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러나 우리네 인간은 자신의 취미를 통해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존재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취미는 너무나 중요한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다. 즉 취미생활은 인간과의 채널로 연결된 하나의 소통이며 사회생활의 부분집합이기에 살아가는 과정 내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취미가 너무 많아서 취미중독이나 취미재벌이라는 호칭을 듣는데, 과유불급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지혜가 있다면 취미재벌 호칭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취미활동이 조금은 외롭고 뻑뻑한 인생의 수레바퀴를 잘 돌아가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 줄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 맑은 가을날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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