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자신의 의견에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고 남이 잘못 생각한 것이며,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부린 적은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인도의 옛 동화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있다. 장님들 서넛이 모여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마침 코끼리가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코끼리 주인의 배려로 코끼리를 만져 본다. 코끼리의 배와 옆구리를 만져 본 사람은 “벽과 같다”고, 상아를 만져 본 사람은 “창과 같다”고, 다리를 만져 본 사람은 “기둥과 같다”고, 코를 만져 본 사람은 “뱀과 같다”고 한다. 그들은 몇 날 며칠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며 말싸움했다는 이야기이다.
내 생각만 옳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의 생각과 비교하거나 대비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데 저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왜’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만을 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Jane Austen(1775~1817)이 쓴 소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이 있다, 2005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올려지기도 했다.
소설은 옆 마을 네더필드 파크에 젊고, 부유한 신사인 빙리 씨가 별장을 빌려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베넷 부인은 빙리 씨에게 딸들을 시집 보낼 목적으로 빙리 씨에게 무던히도 잘 보이려 노력한다. 빙리 씨가 참가한 무도회에서 아름다운 맏딸 제인은 빙리와 인상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 한편, 둘째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로 따라온 다아시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어 그의 오만함(pride)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지성과 위트있는 재치에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나쁜 첫인상에 대한 편견(prejudice)이 굳어져 그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는 내용이다.
살아가면서 편견에 의해 일을 그르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상 유례없는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보내고 가을을 맞으며 추석을 보냈다. 다르게 생각하면 가장 무더웠다는 경험도 어찌 보면 편견이 아닐까? 견디고 지나면 경험으로 축적되어 보통의 일이 된다. 살아가면서 내자신의 의견만 고집하여 독불장군의 노릇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비록 내 의견과 맞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판단해 보면서 이해하는 아량을 길렀으면 좋겠다.
도덕경(道德經 : 老子)에는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敝則新 少則得 多則惑(휜 것은 온전할 수 있다, 굽은 것은 곧아질 수 있다, 파인 것은 메워질 수 있다, 헐린 것은 새롭게 될 수 있다. 적으면 얻을 수 있다, 많으면 미혹당할 수 있다)이라 하여 상대되는 개념을 생각해 보라는 권면을 하고 있다. 편견을 버리고 조화할 수 있는 개념도 이해해 보라는 노자의 생각은 아닐는지 생각해 본다.
정치권의 가짜 뉴스가 가끔 등장한다. 오로지 자신들만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하더라”식의 이야기, “아니면 말고” 식의 이야기…. 지난 여름 올라가던 수은주 만큼 높은 물가로 얼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대면(對面)의 추석도 보냈다. 푸르러지는 가을 하늘처럼 한쪽으로 치우쳐진 생각을 버리고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삶으로 올해의 결실을 거두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