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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엇이 중헌디?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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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06 14: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가을이 떠나고 있다. 따나는 가을은 울긋불긋 낙엽을 흩날리며 겨울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땀과 노력으로 알알이 속살 채워 거두는 오곡백과와 함께 그 길 또한 자연의 선물이다. 파란 하늘아래 한 잎 두 잎 떨어져 차가운 대지위에 뒹굴어도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와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자연의 순환과 이어지는 길은 그토록 질서정연하고 침묵으로 겸손한데 비해 인간세상은 참 어수선하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무엇 때문에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되었으며, 무엇하나, 누구하나 믿기지 않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입을 닫고 있기에는 호흡곤란을 겪어야 할 정도로 할 말이 많아진 세상임은 틀림없다. 누군들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마냥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숨길 수도 없다.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아진 어렵고도 힘든 시절에 서야 할 곳은 어디며, 무엇부터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정한 방향대로 갈수도 없고, 자신이 세운 뜻대로 펼쳐갈 수 없는 현실을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이 어느 땐 자랑스럽다가도, 또 어느 때는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니 말이다.

있을 수도 없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자연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적 큰 사고가 흡사 계절병처럼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저 안타까움에 앞서 분노와 절망감을 금할 수 없다. 선량한 국민들을 커다란 충격과 슬픔의 도가니에 빠트린 대형 사건사고가 얼마나 많았던가 말이다. 차마 기억하기조차 힘든 고통과 슬픔, 그 트라우마가 계속 재생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믿기지 않는 사건들이다.

그러한 사건사고로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정부나 정치권, 사회안전망의 중심이 되는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서는 원인제공자를 일벌백계하고 재방방지대책을 수립해 안전 메뉴얼로 삼았다. 그런 훈련과 학습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곱씹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전망 씨스템이나 운용에 문제가 있거나, 언제부턴가 폭넓게 만연한 안전 불감증 등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국력이 무색해지는 참담한 사고이다. 국민의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든 국민안전관리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국민이 위임한 국회권력은 그저 구경꾼은 아니었는지도 묻고 싶다. 애도기간이 지나고 벌써 책임소재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시작되었다. 유가족의 가슴에 고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네 탓 공방의 찬바람이 일고 있다.

이제 목소리를 낮추고 좀 진중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나 여, 야가 따로 갈수는 없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꽃도 피워지지 못한 채 앞서 떠나간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과 유가족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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