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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27.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국제성지로 선포된 '해미순교성지'

천주교 못자리 ⑦해미순교성지, 국제성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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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22 09:59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해미국제성지 성당
▲ 해미국제성지 성당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와 조산리가 만나는 해미천변은 과거에 ‘여숫골’로 불렸다.

천주교 박해가 절정이던 시기 이곳에 끌려온 신자들은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기도했다. “예수, 마리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여수마리’‘여수머리’로 알아들었고, 이곳을 ‘여수머리’로 부르다가 시일이 지나면서‘여숫골’로 불렀다고 한다.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간절하게 찾았던 곳 ‘여숫골’은 신자들을 산채로 묻어버렸던 생매장터였다.
참혹한 생매장의 현장 ‘여숫골’은 지금 순교성지가 돼있다. 해미순교성지 입구에는 생매장 구덩이를 형상화한 듯한 둥근 원형으로 지어진 성당이 마치 순교자의 넋을 위로하는 거대한 비석처럼 서있다.

성지 안에는 무명의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한 해미순교탑과 기념관, 순교자의 묘 등이 조성돼있다.
‘진둠벙’도 있다. 신자들의 몸에 돌을 묶어 빠뜨려 수장시켰던 물웅덩이다.‘죄인둠벙’으로 불리다가 ‘진둠벙’이 됐다고 한다.

▲  진둠벙, 신자들의 몸에 돌을 묶어 빠뜨렸던 물웅덩이다.
▲  진둠벙, 신자들의 몸에 돌을 묶어 빠뜨렸던 물웅덩이다.

‘여숫골’에서,‘진둠벙’에서 숨져 간 신자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조선 전체 순교자 수는 약 8000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들 중 약 2000명이 해미의 순교자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는 132명 뿐. 이들 가운데 해미의 첫 순교자인 인언민, 이보현과 김대건 신부의 증조할아버지 김진후 등 3인만이 시복시성(사후에 복자·성인의 품위에 오름)됐다.

이름을 남긴 순교자들은 대부분 해미읍성에서 순교한 신자들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충청병마절도사영이 위치했던 군사적 중심지였다.

고려 말부터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축조한 이 성은 1651년 청주로 병마절도사영이 옮겨가기 전까지 서해안 방어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35세 때 충청병사 군관으로 이곳에서 10개월 동안 근무했다고 전한다.

▲  해미국제성지 순교기념관. 순교자들이 끌려가는 모습이 부조에 담겼다.
▲  해미국제성지 순교기념관. 순교자들이 끌려가는 모습이 부조에 담겼다.

1790년대부터 약 100년 동안 해미읍성은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학살의 현장이 됐다. 감옥에는 내포지방 곳곳에서 끌려온 천주교 신자들로 가득했다. 신자들은 손발과 머리가 묶인 채 감옥 앞에 있는 회화나무(호야나무)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신도들은 매일 읍성 밖으로 끌려 나와 교수형, 참수, 사약, 몰매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처형당했다. 돌다리 위에서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돌에 메어치는 자리개질이 행해지기도 했고, 여러 명을 눕혀 두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도 했다. 서문 밖 형장에는 시체가 산을 이뤘고 피가 내처럼 흘렀다.

신자들이 너무 많아 처형하기 힘이 들자 조산리 숲정이(수풀)에는 땅을 파고 구덩이에 산 채로 사람을 집어넣고 흙과 자갈로 덮어 버리는 참혹한 행위가 날마다 되풀이됐다.

이렇게 순교자들 대부분이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숨져갔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해미순교성지는 해미무명순교자성지로도 불리는 것이다.

순교자들이 겪은 시련은 혹독하다 못해 처참했다. 그러나 언제나 천상의 행복과 신앙의 후손들에 대한 희망이 그들과 함께 있었다. 순교자의 피가 또 다른 순교자를 낳고, 그들의 피가 한국 천주교의 모퉁잇돌이 되었던 것이다.

순교자들의 피가 밴 해미순교성지는 지난해 교황청이 선포로 국제성지가 됐다. 우리나라 신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천주교 신자들이 해미 순교자들의 삶을 바라보고 공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서 인준한 것이다. 우리나라 순교자들의 신앙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국제성지로 선포된 곳은 2018년 9월 서울대교구 순례길 이후 두 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다.

해미국제성지 안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
▲  해미국제성지 안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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