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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야기] 아따 거시기 하구만…!!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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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29 16: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옛날에 어느 마을에 백일장 대회를 했습니다. 그 주제는 ‘산’이었습니다. 그 마을엔 아름다운 강도 굽이쳐 흐르고 아름드리 고목들도 많았으며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산은 우뚝 솟은 것이 명산이라 부를 만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을 사또가 봄도 돌아오고 해서 잔치를 베푸는데 어느 사람이나 참여할 수 있는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참여 의사가 있다면 누구나가 참여를 할 수 있었는데 일, 이, 삼등의 발표가 끝난 후에 이등과 삼등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그 이유인, 즉 일등의 글 표현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등은 산 전체를 표현했고 이등은 산속을 표현했으며 삼등은 산의 겉모습만을 표현했기 때문에 산 전체를 표현한 사람이 일등을 한 것인데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심사관에게 문제를 제기하니 심사관이 삼등에게 물었습니다. ‘산에는 가 봤소?’ 답을 못하자 심사관이 말하기를 ‘어찌 산을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산을 말 할 수 있겠소. 당신의 표현력이 좋아 삼등이라도 한 것이니 그리 아시오.’ 삼등은 다른 말을 못 하고 물러났고, 이등에게 묻기를 ‘이등은 산꼭대기는 가 봤소?’ 이등도 답을 못했습니다. ‘산꼭대기도 가보지 아니하고 산 전체를 표현하기가 힘든 것이요. 그나마 당신은 산이 가진 장점을 잘 표현 했기에 이등은 한 것이나 산을 마음에 담지를 못했소. 그래서 이등이요. 그러나 일등을 한 사람은 산 전체를 보고 또 산을 마음에 가득 담아 표현을 했으니 일등이요.’ 그 말을 마치자 모두 아무 말 없이 결과에 대해 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이 일등인지 이등인지 삼등인지를 자신도 구분을 못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사과 맛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과를 먹어도 사과의 본질을 모르고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삼등을 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에 빠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산 밖에서 산을 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자신이 경험하거나 똑바로 사실을 알지 못하면서 세상을 말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등을 한 사람은 자신의 본 것이나 들은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일등을 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한 후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표현한 것입니다.

과연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가끔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삼등 같은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고 분리하고 자아도취에 빠져서 삽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색의 안경을 썼느냐에 따라서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그때그때 달라 보이겠지요. 그것이 자신의 문제로 그치면 괜찮은데 남들과 부딪히면 문제를 만들게 되기 때문에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등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그것에 대한 상대적 이해가 부족해서 문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면 자신의 관념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넓게 포용하지 못하고 자신을 스스로 울타리에 넣어둔 상태입니다. 이런 사람은 색안경은 안
꼈어도 울타리 밖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은 같습니다. 상대적 이해란 자신의 관점으로 변화하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일등은 이등이나 삼등보다는 월등히 뛰어나지만,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였기 때문에 자신을 완전한 자유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셋 가운데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세상과 부딪히지 않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그 자체로 인정했기 때문에.

일등보다 나은 단계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자신과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을 자신처럼 느끼고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지요. 사랑을 핑계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은 진전한 우주적 사랑은 아닙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역사상 지나간 정말 훌륭한 성인들에 의해 가르쳐졌지만,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고 따르지 못하면서 자신이 이해한 범위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상과 하나가 되면
모든 것이
이미 나와 한 몸
그 자체로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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