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가 유난히 보라색을 좋아해서 라벤더가 한창인 홋카이도를 선택해서 떠났다. 3박 5일의 일정이었는데 패키지여행이 다 그렇듯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 방학이어서인지 가족동반으로 여행을 온 팀이 많았다. 그중에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한 팀이 있었는데 젊은 총각과 품위 있는 어머니였다. 같이 간 친구는 사춘기의 아들
‘허그’ 는 반갑거나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 중 하나다.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단어이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날마다 행복하다는 표현보다 바쁘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산다. 무엇을 위하고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바쁘게 가는 건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감정과 느낌도 자연 무뎌진다. 점점 팍팍한 마음이 안타까워 이번 상담 행사주간으로 전교
달빛이 곱다. 사진으로 찍어 밴드에 올렸더니 친구가 ‘예술작품’이라는 찬사를 한다. 그 친구가 자주 쓰는 단어는 “좋다. 사랑스럽다. 대단하다. 기쁘다” 이런 단어이다. 그래서 그녀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꾸만 뾰족하게 치미는 마음을 가족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벤치에 앉아 긴 숨을 뱉으면서 올려다본 하늘의 달빛이 너무
교정 앞 목 백일홍이 하늘빛과 어우러져 눈부시도록 황홀하다.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와 수해로 잔인한 여름을 다 이겨내고 건장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조화 같은 꽃 분홍 봉 우리를 뽐내고 있다.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보면 볼수록 탐스럽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여름 석 달, 백일을 붉게 피어서 백일홍 나무,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지럼 나
내가 소속되어 활동하는 단체에 회의를 갔더니 근무하던 직원이 그만두어 한사람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회의 자료가 올라왔다. 시골인 데다가 연봉도 많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오지 않을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축제를 기획하는 일도 해야 되지만 사무실 특성상 여러 단체의 연세 드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일해 나가려면 그에 따른 소양도 갖춘 사람이 들어왔으면
내가 소속되어 활동하는 단체에 회의를 갔더니 근무하던 직원이 그만두어 한사람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회의 자료가 올라왔다. 시골인데다가 연봉도 많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오지 않을까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축제를 기획하는 일도 해야 되지만 사무실 특성상 여러 단체의 연세 드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일해 나가려면 그에 따른 소양도 갖춘 사람이 들어왔으면 싶
“You can do. I can do. We can do”,“하면 된다”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폴신이 미 상원부의장 시절 초청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파주 출생으로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갔고 배가 고파 구걸을 하던 중 미군에 의해 하우스 보이가 되었다. 군인들의 빨래며 구두닦이를 해주고 밤이 되면 엄마를 그리며 울던 소년
새벽부터 더운 열기로 알람 시간보다 훨씬 일찍 깨어 마당에 앉아있다. 탕탕탕탕 탈탈탈탈 앞집의 경운기는 새벽을 깨우며 들로 향하고 부지런한 아기 여치도 벌써 일어나 내 손등을 스치더니 팔짝 뛰어서 풀숲으로 사라진다. 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긴 옷에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었다. 모기가 극성을 부려 틈만 나면 물어대니 중무장을 해야 한다. 꼭 폼이 여
요즘 어디 가서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하면 뺨 맞을 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이 아니면 편안하게 잠에서 깰 수가 없다. 지난주 토요일은 지인 집으로 피신을 가기까지 했다. 그 이유인 즉 아파트 앞에서 하는 공사 포크레인 소리와 뒤쪽 원룸현장에서 나는 작업소음 때문이다.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앞에서는 포크레인 소리, 뒤쪽에서는 철근 옮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리어카에 담뱃잎이 소복이 실려서 간다. 반소매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담배 실은 리어카 손잡이를 두 팔로 힘껏 붙잡고 가는 아버지를 암소는 더 앞에 서서 끌고 간다. 순 하디 순한 암소는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간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 그분의 소중한 삶이 담겨진 사진을 보
[충청신문=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사람들은 이 3가지를 해결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멋있고 안락한 집에서 살고, 무엇을 먹어야만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혹자는 자신이 사는 집에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深深) 산천(山川)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자연 속에 자족하는 삶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우리의 민요, 가사는 풍족하고 사랑이 넘쳐나는데 음률은 왜 이다지도 한없이 서글프게 들
[충청신문=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가끔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 며칠 내 기분이 그랬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왔다. 남도의 7월은 온통 푸른빛이었다. 가뭄에도 잘 자란 벼들은 진초록 빛을 띠며 흙냄새를 풍기고 있고, 담쟁이 넝쿨은 돌담을 온통 푸른 벽으로 만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밭에서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며칠 전 아시는 분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말할 수 없이 청량하고 시린 빛깔의 누린내 풀꽃. 유난히도 가문 여름을 견디며 벌써 보랏빛 작은 꽃이 피고 있다. 자수정 같이 생긴 동그랗고 작은 꽃망울은 어떤 꽃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무슨 풀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누린내 풀, 풀을 뽑다가 이 녀석 곁에 머물면 손이 저절로 움츠러들면
[충청신문=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아파트 안에 있는 인도를 파헤치는 공사가 며칠째 진행 중이었다. 아직은 보도블록을 교체할 정도는 아닌데 안내문도 없어 무슨 공사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어제 아파트 입구에 있는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오면서 걷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유심히 보니 인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좁은 인도를 걷다 보니 안정감도 없고
[충청신문=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담장아래 소복이 올라온 정구지가 길게 뽑아 올린 꽃대에 하얀 꽃을 피웠다. 기온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꽃은 피고 진다. 요즘 너무 가문 탓에 매일같이 물을 주니 싱싱한 정구지가 자기 몫을 톡톡히 하고 있어 보기만 하여도 기특하다. 잎은 녹색 줄 모양으로 길고 좁으며 연약하고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자라 끝에는 큰 산
[충청신문=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그녀를 본 것은 장례식장에서였다. 여고를 졸업하고 처음이었으니 20년이 지난 후였다. 친구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리여서 황망함에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헤어졌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그녀를 한참을 알아보지 못했다. 뼈만 앙상한 몰골에 이는 다 뒤틀려 도저히 그녀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