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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에] 안타까운 숭례문 부실복원

“복구 5개월만에 단청의 일부분이 벗겨지고 찢겨지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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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13 18: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명섭 주필

숭례문은 한양 도성의 남쪽문이자 정문의 역할을 했던 문으로 한양 성곽과 함께 1396년에 만들어졌다. 조선에서 가장 큰 문으로 서울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의 대상이었고 지방 사람들에게는 한 번 보고 가면 큰 자랑거리가 되는 그런 문이었다.

이런 국보 제1호인 숭례문(崇禮門)이 방화로 처참하게 소실된지 만 3년만에 원형 그대로 복구됐다. 이 숭례문이 준공 5개월만에 일부 단청이 벗겨지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20여곳 이상의 단청 부분이 벗겨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아교나 안료의 문제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실망과 충격을 줬다. 물론 벗겨진 단청은 다시 복원 되겠지만 아름다웠던 숭례문에 어처구니없는 일로 또 한번 세상을 뒤흔들어 놨다. 이 숭례문은 1398년(조선 태조 7년)에 서울 도성(都城)의 정문으로 창건돼 올해로 613년의 연륜이 쌓은 한국 전통 문화재의 상징물이다.

다행히 복원 작업이 순조로워 세계적 문화재 전문가들에 의해 전통 방식으로 아름답고 위엄 있는 풍모가 완벽하게 재현,문화재 복원의 새 지평을 열어 방화로 부터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그래서 지난 5월 4일 일반에 개방됐다.

그런데 숭례문 단청의 훼손부분은 햇빛이 정면으로 쬐는 남쪽에 집중돼 있었고 북쪽에는 아직 훼손이 진행되지 않았다. 단청이 훼손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청의 붉은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나무 위에 바른 흰색 조개가루의 두께가 지나치게 두꺼웠거나 접착제 역할의 아교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단청은 햇빛, 습도, 바람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박락과 퇴색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복구공사를 마친지 불과 다섯 달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게다가 이번 복원공사는 전통기술을 되살렸기에 국민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준 자랑거리였다.

수백 년 전 기술을 되살려 현장에 적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전통 장인과 학자,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다양한 조사,연구를 거쳐 철저한 고증을 했기에 원형을 최대한 살려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단청 작업 자체가 애당초 잘못됐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화재청은 그동안 쉬쉬하면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단청이 벗겨진 곳이 시민의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몰래 보수 공사를 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복구공사 중 틈만 나면 전통 기법과 재료를 사용해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식으로 자랑하던 것과는 영 딴판 이다. 숭례문 단청 방식의 전례가 있다고 하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적용했거나 실제 단청 작업 자체가 부실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평이다.

복원공사 기간도 당초 예정보다 6개월을 늘렸다고 하지만 공기가 촉박했을 수도 있다. 2008년 숭례문이 어이없는 방화로 무너져 내렸을 때 국민들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또 2010년 졸속 복원한 광화문의 현판이 3개월 만에 금이 갔을 때도 국민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었다.

그래서 숭례문만은 제발 조금의 부실도 없이 복구되기를 온 국민은 염원했다. 이번을 계기로 숭례문에 다른 부실이 없는지 전면 조사에 나설 필요도 있다. 단청의 일부분이 벗겨지고 찢겨지고, 복구 5개월만에 이게 무슨일인가 싶다.

한두 군데도 아닌 20여 군데가 이런 현상이라고 하니 훼손된 단청의 모습을 보면 부실공사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숭례문 단청은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작업을 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보 제1호가 또 다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을 더 이상 속상하게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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