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권위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스승의 날은 부끄럽고 착잡하다.
학부모들이 교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것은 다반사다.
근거 없이 사직 전근 담임교체를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사를 성희롱하는 학생도 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교사들을 우울증에 빠뜨리는 어두운 그림자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교권침해 사례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394건으로 2012년(335건)보다 18% 늘었다. 일부 학부모들의 어긋난 자식 사랑과 가정교육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버릇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이들이 원인인 게 가장 많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교사 성희롱도 3건이나 된다. 이런 조사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현실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신고가 안 된 것까지 합친다면 교권침해는 학교 내에서 더욱 곪아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오늘 스승의 날, 무엇이 왜 어떻게 우리 교사들을 어려운 처지로 내몰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스승으로 대접하기는커녕 함부로 교사들을 대한 적은 없는지, 학교에서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 말만 믿고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지는 않았는지, 아이들 앞에서 교사를 헐뜯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교사들의 애로는 아랑곳 않고 자기주장만 앞세워 교직에 혼선과 혼란을 주지 않았는지 교육당국과 시민사회단체도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들을 살리려 했던 참스승들의 살신성인은 감동을 주고 있다. 남윤철 이해봉 최혜정 고창석 박육근 교사, 살아남은 게 부끄럽다며 안타깝게도 스스로 먼 길을 떠난 강민구 교감까지. 지금 우리 자녀를 맡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 바로 이런 참스승들이다. 교권 회복의 출발점은 이런 믿음이 돼야 한다.
스승의 날이 우울하게 된 건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잘못이며, 따라서 명예회복을 시켜야 할 책임도 모두에게 있다.
각 주체의 노력이 성과를 내려면 앞장서서 이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는 6·4 교육감 선거에선 왜곡된 교권을 바로잡아 교사의 사기를 높이고, 학부모의 참여를 보장하는 교육개혁을 통해 ‘공교육 강화’라는 본령을 충실히 수행할 인물을 뽑아야 하겠다. 그래야 은혜에 감사하는 스승의 날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