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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양성평등기본법의 시행과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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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12 17: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5년 7월 1일은 1995년에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전면 개정돼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1995년에 ‘여성발전기본법’제정은 ‘기적’에 가까웠고 이법은 지난 20년 동안 19차례 개정됐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될 당시의 입법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제14대 국회(1992∼1996)에서 여성 의원의 수는 299명 중 8명(2.9%)에 불과했고 정무장관 제2실이 여성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있었다. 법 제정 후 20년 동안 여성 의원 수는 49명으로까지 증가했고 2001년에 설립된 여성(가족)부는 지금까지 여성정책의 주무 부처로 존재하고 있다.

이법의 시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결정과정·공직·정치·경제활동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도모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의 장은 관리직 목표제 등을 시행하여 여성과 남성이 균형 있게 임원에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성발전기본법의 시행 후 20년이 지난 빠른 성장을 보이는 부분을 살펴보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4.5%로 남학생(67.4%)보다 7.1%포인트나 높았다. 여성공무원 비율은 2000년 31.5%에서 지난해 42.8%로 상승했으며, 여성 판사는 2000년 에 24.0%에서 27.4%로, 여성 검사는 20.8%에서 25.4%로, 여성 변호사는 11.7%에서 19.4%로 각각 높아졌다. 지난해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5급 공채 46.0%, 외무고시 59.5%, 사법시험 40.2% 등이었다.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은 약사 64.3%, 의사 23.9%, 한의사 18.8%였다. 학교별 여성 교원 비율은 초등학교 76.6%, 중학교 67.5%, 고등학교 48.1%였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여성 국회의원 수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낮으며 4급 이상 여성 관리직 공무원 비율은 11%,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남성(73.2%)에 비해 여전히 낮다. 또한 여성의 낮은 임금수준에 기반한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양성평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4.4배나 많이 하고 있으며, 육아휴직도 남성은 여성의 4.6%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을 하는 대부분의 여성이 육아까지 떠맡다 보니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전한 과제다. 육아(31.7%)와 임신·출산(22.1%)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53.8%에 이른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젠더폭력의 피해자 중 95%가 여성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양성이 불평등한 구조에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성’ 중 하나의 성(性)인 여성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으며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서는 곤란하다. 즉, 여성과 남성이 서 있는 객관적인 현실에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간과한 채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된다면 차별 시정보다는 차별 고착화가 우려된다. 남성들이 참여를 기피하여 소수인 분야를 차별로 오인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가 적용될 수 있고, 여전히 여성이 젠더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을 간과한 채 남성쉼터 설립에 인력과 예산을 불필요하게 써서 여성 폭력 피해자가 입소할 곳이 부족해 질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난제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국가경쟁력 저하다. 그 유일한 해결책이 바로 양성평등을 통한 일ㆍ가정 양립이다. 이는 남녀차별이라는 인권의 문제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이다. 양성평등기본법이 남녀 간의 불평등을 시정하고 남녀의 조화로운 참여를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추후에는 이법이 개정되어 두 개의 성을 강조하는 것이 의미 없는 사회가 진정한 평등 세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정 여 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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