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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링거는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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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15 17: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수 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가끔 연세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진료실에서 “링거 한 병”, “영양제 한 병”, “달아 맞는 주사 한 병”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병 맞으면 기력이 회복된다”고 하면서 놔달라고 성화다. 이럴 때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깟 영양제 한 번 놔드리면 어때서?”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좋은 약도 엉뚱한 사람에게 투여하면 독이 되듯이 흔히 링거, 영양주사로 알려진 수액제를 잘못 투여하다간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서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링거(수액)를 맞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링거를 맞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고 기운이 난다는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기운 없는 사람이 링거를 맞으면 힘이 솟을까. 과거 50~60년대에는 영양실조, 이질과 같은 설사병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이 많았고, 링거를 맞고 기적처럼 살아났기 때문에 이를 보약만큼 대단한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그 증상과 무관하게 건강하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단순한 영양보충으로 여기고 링거를 맞으면 안 된다. 주로 식사를 못하거나, 금식을 해야 하는 환자, 체액 손실이 급격히 발생했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 투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경우 영양분을 링거가 빠르게 공급해주기 때문에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링거액이 일반 물과 다른 점은 '삼투압'이다. 삼투압은 진한 용액이 묽은 용액의 수분을 끌어당겨 용해된 입자의 농도를 동일하게 하려는 힘을 말한다. 우리 몸속에도 삼투압 현상이 일어난다. 체액보다 염화나트륨 비율이 낮은 수액을 넣으면 적혈구에 물이 들어가서 적혈구를 터뜨리게 된다. 체액보다 염화나트륨 비율이 높으면 적혈구의 수분이 빠져나가 쪼그라들게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액은 한 종류가 아니라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주로 생리식염수, 포도당 수액, 아미노산 수액, 비경구영양 수액(TPN) 등을 말하며 그 성분도 단일성분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가지 성분이 섞여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경우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서 투여하기도 한다. 이는 목적에 따라 그 성분과 사용방법, 투여량 등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개인 병원에서 영양주사라고 해서 만성피로 주사, 비욘세 주사, 우유주사 등 여러 가지 수액을 손쉽게 맞을 수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성분이 많이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개개인의 만성질환 및 건강상태에 따라 좋은 것도 오히려 나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 고농도의 포도당 주사는 급성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심부전,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 특히 노인의 경우에는 갑작스런 혈액량 증가로 인해 혈압 상승, 폐부종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이 크다고 하는 말처럼 입으로 충분히 음식섭취가 가능한 경우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른 음식 섭취 및 규칙적인 식사, 수분 섭취, 휴식, 수면이 가장 좋은 만병통치약이다. 왜냐하면 먹는 동안 신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은 뇌와 몸 전체를 건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몸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 무작정 만병통치약으로 수액을 맞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수액을 맞기 전 건강상태와 영양 상태를 평가해 수액의 투여속도 및 투여경로를 결정하게 되므로, 꼭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의하고 적절한 수액제를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수 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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