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진료실에서] 소아 청소년의 성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03.15 14: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영 태 마음쉼 한의원 원장

“마치 밤낮으로 삶의 바다로부터 바닷가로 올라오는 것이라고는 그것들이 전부인 것처럼 우리들은 아직도 여전히 바다의 조가비들을 살펴보느라고 바쁘다.”(칼릴 지브란)

한참 돌풍이 불었습니다. 아이들 성장에 대해서요. 지금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린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으면 엄마들은 쫓아다니며 먹이기 바쁘고, 키가 크지 않으면 성장판 검사에 성조숙증 의심까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초경을 일찍 하면 어떻게 하나 등등, 이런 문화는 대한민국에만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거 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으세요?

필자는 키가 167.6cm입니다.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 상당히 작지요?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평균 키가 대략 173cm 정도 되나 봐요. 솔직히 저는 제가 키가 작은 줄 몰랐습니다. 작다는 것은 알긴 알았어도 작은 것 때문에 어떤 손해를 본다 든가 기가 죽는다 든가 그런 것들은 잘 몰랐습니다. 저는 제가 키 작은 이유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첫째 밥을 너무 빨리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둘째 잠을 너무 늦게 잤어요.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밤 11시~12시에 잤으니 말 다했죠. 셋째 야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중학교 때에는 집에 오는 시간이 대략 새벽 1시 정도였는데 라면을 두 개씩 끓여 먹고 잤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유전적인 배경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키가 180cm 정도 됩니다. 어머니는 상당히 작으시고요. 어머니를 닮아서 키가 작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 영 태 마음쉼 한의원 원장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제가 초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해 보도록 합시다. 저의 현재 키가 167cm 정도 되는데요, 성인이 되었을 때 180cm 정도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키 크는 보약을 먹어야 할까요? 

밥 잘 먹는 보약을 먹어야 할까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을 했지요. 저의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해서 저는 정확히 알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먼저 제거해 줘야 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들을 넣어준다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불규칙한 식습관과 적절하지 못한 수면 위생, 소화기 건강 상태와 심리적 안정성, 적절한 운동과 활동량 유지, 기저 질환의 유무.

하나씩 보도록 합시다. 저는 초등학교 때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점심시간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바로 도시락을 꺼내 허겁지겁 입에 음식을 넣기 시작합니다. 먹는 것이 아니라 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음식의 맛도 모르고 구겨 넣은 뒤 입에 음식을 문 채로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 가지요. 소화가 제대로 되었을까요? 그리고 공부한답시고 초등학생이 밤 11시나 12시까지 안 자고 깨어있으니 수면은 제대로 이루어졌을까요? 

한의학적으로 볼 때 ‘음식을 먹는다’ 라는 것은 입에서 저작(咀嚼, 씹다) 과정을 거쳐 식도를 지나 위에서 위액과 섞여 소장으로 가서 흡수하는 과정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것! 음식을 먹기 전 먹을 때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음식을 눈으로 보고 먹을 준비를 하고, 향을 맡아 음식의 기운을 느끼며, 입에서 저작(咀嚼)을 거쳐 질감을 확인하며 즐기고, 침과 섞어 그 맛을 음미하고 식도로 연하(嚥下)하는 과정을 모두 ‘음식을 먹는다’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차근차근 진행이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음식을 즐기고 먹을 수 있고 제대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수면 위생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손상으로 인한 회복이나 성장을 하루 24시간 내내 하고 있습니다만 그 효율은 밤과 낮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밤이 높습니다. 특히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는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있어야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대부분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학원다니느라 그 시간에는 거의 잘 수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게다가 하루 종일 거의 앉아 있기만 하니 적당한 운동은 꿈도 꾸기 힘든 현실입니다.

기저질환들 역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장누수증후군(새는 장 증후군, Leaky Gut Syndrome)입니다. 들어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까지는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장누수증후군은 한의학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실제 임상에서 많은 치료가 이루어졌던 부분입니다.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점막이 약화되어 방어해야 할 여러 안 좋은 물질들이 임의로 흡수되거나, 분자량이 큰 영양분들이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체내에 진입하여 여러 증상들을 일으키는 증후군입니다. 당연히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여 성장해야 할 시기에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기저 질환들을 치료해 줘야 합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성장이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밥 잘 먹게 하는 보약’이나 ‘쑥쑥 키 크게 하는 녹용이 들어간 보약’ 정도였을 것입니다. 제 글을 읽어보시고 찬찬히 한 번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아무리 좋은 약재로 지은 약이라도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좋은 보약을 매일 먹인다면 좀 더 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몸과 마음이 여유롭고 건강한 아이들의 성장은 따라가지 못할 겁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성장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