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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신경치료 후 치아를 씌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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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4.05 14: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경 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

심한 충치로 인해 최근 아래 어금니의 통증을 느끼던 이모(35)씨는 치과 진료 후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수차례의 신경치료 후 치아를 씌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씨. 치료 후 통증이 사라져 아프지도 않은데 굳이 치아를 깎아내고 비용을 들여 치아를 씌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어금니의 신경치료 후 치아를 씌우는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치아를 위에서 아래로 잘라 단면을 살펴보면 한 가운데에 치아머리(치관)에서부터 뿌리 끝까지 신경과 혈관으로 이루어진 연조직이 있다. 이를 치수라 한다. 치수의 신경은 치아에 가해지는 해로운 자극에 통증으로 반응하면서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혈관은 치아에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신경치료라고 말하는 근관치료는 충치나 기타 이유로 감염이 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치수를 제거하고 치아가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물론 치아가 어떤 자극에 통증으로 반응을 보인다고 모두 신경치료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수의 감염이 확실하다면 감염된 치수조직을 제거하는 신경치료만이 치아를 빼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체 다른 부분의 감염이 있을 때 항생제 등의 약제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한 것과 달리 치수는 단단한 치아 내부의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구조적인 특성으로 약제에 의해 치료가 되지 않는다.

충치가 세균에 의한 질환이고 치질을 파괴하면서 깊어지면 치수도 세균에 감염이 되어 염증을 일으키고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생활력을 잃어버린 치수조직에 대한 처치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사된 조직에서 만들어진 독성물질이 치아뿌리 끝의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가서 뿌리 주변에 염증을 일으켜 또 다른 통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치수에 염증이 생긴 것이 확실하다는 진단을 받으면 가능한 빨리 감염된 치수조직을 제거하고 근관을 밀봉하는 신경치료를 하는 것이 병변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치아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왜 꼭 신경치료 후에는 치아를 씌워야 하는 것일까.

첫째, 신경 치료를 해야 하는 치아들은 대부분 이가 많이 썩거나 깨져 있다. 신경 치료를 하려면 신경관(근관)에 기구를 넣어 기계적으로 안쪽의 치수 조직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치아의 머리 부분(치관부)의 치수강을 개방하고 신경관(근관) 입구를 노출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치아 머리 부분의 치아조직을 상당히 많이 제거하게 된다. 따라서 신경 치료 후에는 남은 치아조직의 양이 적어지므로 충격이나 씹는 힘 즉 교합력에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또 치료 도중 변화된 치아의 모양 때문에 음식물이 끼거나 반대편의 치아가 움직이기도 하며, 소실된 치아조직 부분을 커다란 충전물로만 막아놓게 되면 이 충전물의 모서리가 쉽게 부서지면서 타액이나 세균에 의해 오염될 수 있어 확실히 수복해 주는 것이 좋다.

둘째, 치아의 신경 조직인 치수에는 신경뿐 아니라 치아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일을 하는 혈관도 있는데 신경치료 도중 이 치수가 제거되면서 치아 내부에 있던 혈관도 없어지게 된다. 치아에 수분과 영양분의 공급이 제한되면 치아가 푸석푸석해 지게 되며 조그만 힘에 의해서도 부서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씹을 때 힘이 많이 가해지는 어금니의 치료 후에는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도록 남은 치아를 씌우는 형태의 적절한 수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복되지 않은 채 사용하다 부러지거나 갈라진다면 치아를 빼야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반면 교합력이 적게 가해지는 앞니들은 치아의 상태에 따라 충전치료만 시행하고, 씌우지 않고 지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경 치료가 된 치아는 치아 자체의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 제거된 상태이므로 냉온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충치가 진행되어도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치아는 단단한 치아 조직이 남아 있는 한 관리가 소홀하면 또다시 충치가 생길 수 있고 신경 치료 후 다시 충치가 진행된다면 통증이 없기 때문에 발견이 늦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치아를 씌우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경 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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