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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두한족열(頭寒足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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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07 13: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충청신문=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환자 한 분이 원장실로 들어옵니다. 저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저는 머릿속에 딱 떠오릅니다. ‘머리를 많이 쓰는 분이겠구나!’ 선입견은 좋지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한 생각 떠오른 것 어찌 할 수도 없고 일단 묻습니다. 그 분이 이렇게 답합니다. “요즘 머리가 너무 아프고 눈이 금방 피로해 집니다” 보약을 지으러 오셨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맥을 보니 보약을 먹을 상황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요즘 무리해서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보약을 좀 먹어야 하나요?” 내심 기분이 좋으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일단 치료해 보고 경과가 좋지 않으면 약을 써보자 얘기합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눈도 금방 피곤해지고, 증상도 있는데 왜 보약을 처방하지 않고 침 치료를 먼저 시작했을까요? 참고로 저 분은 2회 치료 후에 수면의 깊이도 좋아지고 두통도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몸이 힘들고 무겁고 계속 피곤하고 이런 것들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한 쪽으로 너무 기운이 쏠려서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표적으로 ‘상열하한(上熱下寒)’ 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위쪽이 뜨겁고 아래쪽이 차다는 말이에요. 임상적, 해부학적 지식을 다 떠나서 우리 상식적으로, 뜨거운 것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지요? 뜨거운 것은 상대적으로 움직임도 많고 가볍다는 말입니다. 차가운 것은 움직임도 적고 무겁다는 것이지요. 우리 몸을 생각해보세요. 명치를 기준으로 아랫배나 발이 차갑고 머리 쪽이 뜨거우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사람은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은 일정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것은 상대적인 움직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고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위 환자분은 피로가 가장 중요한 증상이 되었지만 어떤 분들은 갱년기 장애, 월경통이나 월경불순, 아래 허리의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어찌 보면 다른 모든 질환에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병리기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아래쪽이 따뜻하고 위쪽이 시원하다면 당연히 위 아래는 순환이 잘 되고 있는 상태겠지요?

다시 위 환자분의 예로 돌아가 봅시다. 제가 어떤 치료를 했을까요? 별 거 안 했습니다. 소화기를 치료해드렸어요. 소화기라 함은 한의학적으로 ‘중초(中焦)’라 하여 몸의 중심이 됩니다. 상하 순환의 지도리 같은 역할을 하지요. 물론 소화기를 치료해서 영양의 흡수가 좋아지고 그로 인해 간의 기능이 더욱 좋아지고 피로를 덜 느끼고 눈도 좋아지고 두통도 없어지고 이렇게 설명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화기가 중초로써 상하 순환의 중심이 되는데, 그 순환에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던 부분을 해소해주고 상하 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거기까지만 치료를 했는데 많은 호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열하한(上熱下寒)은 경계하고 두한족열(頭寒足熱)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에는 다들 동감하시지요? 먼저 찬물을 끊어야 합니다. 분명 차가운 물이 필요한 분들도 있고 그런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평상시에는 찬물이 필요할 일이 없어요. 미지근한 물을 천천히 씹어 드세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TV나 미디어에서 물을 최대한 많이 드시라하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그 필요량이 달라요. 다 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목이 마를 때 필요한 양만 마실 수 있도록 천천히 미지근한 물을 씹는 느낌으로 마시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가슴 펴고 다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인간적으로 가슴 좀 펴고 삽시다. 엄청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만 가슴 펴고 다니나요? 가슴 펴고 다니면 즐거운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요? 가슴이 구부정하고 위축된 사람들은 대부분 엉덩이도 처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골반의 후방경사라고 그래요. 엉덩이가 처지고 아랫배가 나오고 가슴은 위축되고 어깨는 둥글하고 목은 일자목에 거북목 증후군 까지 있데요. 상상이 되죠? 이런 분들 대부분 아랫배가 차고 위로는 가짜 열이 자주 올라옵니다. 그래서 임상적으로 어렵긴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가슴 좀 펴고 다닙시다. 가슴을 펴고 엉덩이에 힘주고 즉, 가슴도 하늘을 보고 엉덩이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합시다. 자꾸 가슴을 펴지 못하면 그 열이 바깥으로 발산되지 못해서 상열하한(上熱下寒)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설레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뭐 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누구 만나기로 했는데 등등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가 기대되고 설레 본 적이요. 무엇을 하기 전의 설렘, 익사이팅한 느낌, 기분 좋은 두근거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떨림, 열정, 이런 것들을 한의학에선 ‘소음지기(少陰之氣)’라고 합니다. 소음군화(少陰君火)라고도 하는데 소음(少陰)이라는 것은 따뜻한 기운을 말하는 것인데요, 주로 몸의 아래쪽, 하초(下焦)에 그 근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음지기가 충만하면 우리 몸의 아래쪽은 순환을 잘 하게 됩니다. 반대로 재밌는 일 설레는 일이 없으면 우리 몸은 상열하한(上熱下寒)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든 즐거운 일을 하나씩 만들어 놓으시면 좋아요. 건강의 격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을 꼽겠습니다. 여러분의 머리는 맑고 상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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