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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몸이 불편한 것도 힘든데 마음까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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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21 15: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충청신문=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때의 일입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2학년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반에는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었어요. 걷는 것도 힘들고 글씨 쓰는 것도 힘든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항상 웃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몸이 불편한 친구를 괴롭힙니다. 시간이 지나 괴롭히는 정도가 심해지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고 침 까지 뱉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괴롭히는 친구는 싸움도 잘 하고 욕도 잘하는 그런 친구였어요.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저 친구를 건드렸다간 나에게도 해가 될지 몰라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비겁하게 지켜보기만 했고 그 중 한 명은 문제 제기를 했다가 그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공부하느라 신경 쓸 겨를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진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납니다. 사실 저는 그 친구와 몇 마디 말을 섞어본 기억이 없어요. 눈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였지 그 이외에 대화를 한다거나 같이 걸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몸이 불편한 분들을 많이 뵈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납니다. 마음이 아파요.

그 친구는 그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친구의 부모님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 계셨을까. 그 부모님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제 아이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어떨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그 친구는 괴롭힘 자체가 싫고 슬프고 화가 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 상황이 더 싫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경에 예수가 장님을 눈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문둥병자를 낫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정말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구한 세월동안 한반도에서도 그랬고 다른 나라에서도 질병, 아픔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기들은 부모나 조상이 잘못해서 그런 병을 갖고 태어났다라던지, 아니면 전생에 죄를 짓고 질병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장님이나 벙어리, 앉은뱅이는 무시받기 일쑤였고 문둥병자는 반드시 격리되어 살아야 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위로 받고 치유 받아야 할 질병이나 선천적 장애 등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거리, 경멸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다시 예수의 기적으로 돌아가서, 저는 그 기적이 예수의 초능력이 아닌 예수가 장님, 앉은뱅이, 문둥병자에게 건넨 따뜻한 말과 잡아준 손에 있다고 믿습니다.

치료실에서도 비교적 가벼운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좋지 않은 분들이 계신가 하면, 상당히 중한 질환임에도 경과가 아주 좋고 예후도 좋아지는 경우가 꽤나 있습니다. 내 몸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차리고 내 마음의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면밀히 상담하다보면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기도 합니다. 예약을 안 하고 오시는 경우 어떨 때는 2시간씩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지요. 하지만 몸에 대해서 상처받고 오랫동안 마음이 괴로운 분들을 보노라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최대한 신속히 진료를 하긴 하지만 말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상세불명의 등 통증 같은 경우에는 따뜻한 말 몇 마디와 슬픔, 감동의 눈물 몇 방울이면 금새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등 통증의 원인이 흉곽의 비틀어짐, 즉 흉추에 붙어있는 늑골 사이의 근육이 경직되어 등쪽에 통증을 유발할 때가 많기 때문에, 흐느끼며 우는 동작으로 등 주변의 근육 경직이 해소되고 진심어린 대화를 통해 심기울체(心氣鬱滯)가 해소되면서 대흉근과 등 근육이 이완되는 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방사통의 원인이 되는 지점들이 눈 녹듯이 녹아드는 것입니다. 침 치료와 한약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런 심리적 기법들이 아주 유효하게 실제로 응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그저 몸이 아픈 것 말고 그로인해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나요? 만약에 있다면 우리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정이 담긴 손 한 번 내밀어 봅시다. 사람 사는 것이 뭐 있겠습니까. 같이 돕고 사는 것이지요. 저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오늘은 특히 그 친구가 더 생각이 나네요. 그 때 정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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