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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나는 왜 우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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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20 14: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충청신문=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올해 만 24세가 되는 아리따운 소녀는 매해 가을만 되면 기분이 우울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려고 기상할 때부터 눈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부터 눈물이 납니다. 샤워하는 중에도 화장하는 중에도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집을 나서고 버스를 타고 가는 출근길에서도 기분이 가라 앉아 있습니다. 옆에서 웃고 있는 커플들을 보니 꼴뵈기 싫습니다. 직장에는 소녀가 가장 먼저 출근합니다. 아직 아무도 출근을 안 했나 보네요.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하나 둘 출근을 합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좋은 아침 이에요~” 듣기 싫습니다. 나는 우울한데 저 사람들은 뭐 때문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걸까요?

뇌 생리학적으로 볼 때 감정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수렴되는지 그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철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는 충분히 설명가능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한의학적으로 볼 때 자연에 비유하여 그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쉬운 부분도 많이 있지요. 오늘은 감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에서 바람이 불려면 어떤 현상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먼저 기압차가 생겨야 합니다. 기압차가 생기려면? 온도 차가 생겨야 하겠지요. 기온이 차가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순환이 덜 되고 공기가 내려가려고 할 거에요. 기온이 뜨거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순환량이 증가할테고 공기는 올라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럼,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이 있을 때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공기가 이동 하겠지요? 맞습니다. 기온의 편차에 의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잠깐 창밖을 한 번 보세요. 바람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는 분 계신가요? 물론 대략적으로 동풍이 부는구나, 서풍이 부는구나 정도는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마찬가지에요.

인체는 정(精), 기(氣), 신(神)이렇게 삼보(三寶)가 있습니다. 세 가지 보물이라는 말인데요, 그만큼 몸에서는 위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인체를 구성하는 핵심 물질이자 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기(氣)라는 것을 먼저 볼까요? 자연에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운의 편차가 발생하면 사람의 몸에서도 바람이 붑니다. 그것을 우리는 풍(風)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중풍(中風)에서의 풍과 같은 것인데요 중풍은 풍에 직중(直中)했다 라는 표현이고 아주 강력하게 손상을 입었다라는 뜻입니다. 보통 생각하는 중풍과는 그 강도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몸에서 부는 바람이 풍인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의 생각, 감정과 관계가 깊습니다.

갱년기 증후군으로 예를 들어 보지요. 갱년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 어떤 것이 있나요? 상열감, 식은땀, 짜증, 불면증, 떨림 등의 증상이 있지요? 몇 가지 짚기도 힘듭니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거에요. 그래서 증후군이라 하나 봅니다. 자 그럼 보세요. 갱년기 증후군은 선천지정(先天之精)을 다 하게 되어 경수(經水)가 메마르게 되고 월경이 끊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말은 자궁과 방광의 즉, 하초(下焦)의 정(精)이 마르게 되어 하초는 음(陰)이 부족한 상태가 되고 음이 양(陽)을 제어하지 못해 상초(上焦)에 양이 치성(熾盛)하게 되어 상화(相火)가 망동(妄動)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말 같지요? 이해합니다.

쉽게 볼까요? 몸의 아래쪽에 음이 부족해서 위쪽으로 양기가 너무 많아졌데요. 우리는 이것을 쉽게 허열(虛熱)이라고 얘기 합니다. 더 쉽게 볼까요? 위에는 뜨겁고요 아래는 차갑데요. 아래는 차고 위는 뜨겁다라면? 상열하한이라 할 수 있겠지요? 맞습니다. 상하의 편차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감정의 기복도 또한 더 커지게 됩니다.

비단 갱년기 증후군 뿐만이 아닙니다. 여성의 질환 중에 월경전 증후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전이 비슷합니다. 월경전 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뭐겠습니까? 바로 감정의 기복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반대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그 사람이 어떤 병이 있는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 무엇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요. 그 사람 몸은 기운의 편차가 크겠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그 사람의 사회적 경험, 당일의 컨디션 등등을 고려하여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일단 어찌되었든 감정 기복이 큰 상태의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기운의 편차가 크구나 라는 것을 의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 관점을 나로 옮겨와 봅시다.

내가 어느날 일어났는데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 축 쳐집니다. 아니면 반대로 어느날 일어났는데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그래요. 평소와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 지금 내 몸이 좋지 않구나. 몸 안에서 기운의 편차가 커져 있나보다’ 이렇게 말이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의 몸도 그렇고 동물의 몸도 그렇고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이 속과 아래는 따뜻하고 겉과 위는 시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하, 좌우, 전후의 순환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면서 몸은 그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평소 찬 물이나 찬 음료수 등을 주의하고 잠을 많이 자는 것보다는 일찍 자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막상 위와 같이 감정의 편차가 생기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일단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따뜻한 차 한잔을 천천히 마시면서 속을 데워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더 나쁜 증상이 있거나 너무 힘들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하지만 먼저 내 몸이,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힘든지는 알려고 노력 해봐야 합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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