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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인생은 실전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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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3.14 18: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충청신문=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벌써 임상을 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교과서나 기타 임상 서적들에 보면 통증의 모양, 위치, 경과, 예후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이들 겪고 있는 편두통의 경우 목의 어떤 근육에서 발생해 모양은 어떻고 몇 분 동안 유지되며 어떻게 치료해야 되고 재발율은 얼마인지 아주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의대, 한의대, 치대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기본 지식과 이런 임상 지식을 같이 익히게 됩니다. 임상에 나와서 더욱 갈고 닦아 진료에 임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갑자기 제 목이 안 돌아가는 겁니다. 흔히들 ‘낙침’이라고 불리는 증상이었습니다. 담 결렸다고 하잖아요. 딱 그 증상이었습니다. 
 
2월에 강의가 있어서 준비하느라고 자주 밤 새고 진료하느라 무리하고 그랬습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전혀 없던 증상들이 생기고 그럽니다. 
 
낙침이 보통 3~5일 정도 갑니다. 저는 대략 2일 정도 있다가 거의 괜찮아졌는데요, 2일 째 되는 날 우측 허리의 통증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좀 쎄~ 하더라구요. 그래도 뭐 괜찮아지겠지 했습니다. 실제로 한의원 회식을 한 다음날에는 거의 씻은 듯이 괜찮았었거든요. 
 
허리가 아플 때 여러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이학적 검사’라는 검사 방법이 있어요. 엑스레이나 CT, MRI 등을 찍어보지 않고도 왠만한 병증은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테스트를 해봤는데도 여기 저기 해당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전 초반에 근육통인 줄 알았습니다. 이게 패착이었을 줄은 그 때는 몰랐습니다.
 
저는 오늘 한의원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요일, 칼럼은 수요일에 나가겠네요. 
 
허리 통증 때문에 출근도 못했습니다. 병 고치는 사람이 병 때문에 출근을 못 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도대체 몸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허리가 이렇게 아픈지, 이래 놓고는 아픈 사람들한테 관리 하라고 잔소리는 어떻게 할지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실 몇 가지는 배웠습니다. 하나는 나부터 관리를 잘 해야겠구나. 둘은 역시 인생은 실전이구나. 책에 나온 말들과는 다르구나. 셋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진짜였구나 입니다.
 
제가 예전 칼럼에서 허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때 전 속으로 '나한테 허리 통증이 생기겠어? 난 허리 만큼은 자신 있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는지 부끄럽습니다. 
 
사실 전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해서 하체가 어마어마하게 튼튼하거든요. 허리를 도와주는 허벅지나 엉덩이의 근육이 동양인 치고는 최대로 발달해서 단거리 달리기나 단 시간내에 힘을 사용하는 것에는 특화된 체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시간 같은 동작에는 무리였었나 봐요. 진료할 때 자세가 바르지 않았나 봅니다. 이렇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역시 자만, 교만은 금물인가 봅니다.
 
그리고 역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깨어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 나와있다고, 임상서에 나와있다고 경험상 그렇다고 메너리즘에 빠져서 제 몸을 진단한 제 생각이 문제였습니다. 
 
깨어있음, 항상 주변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교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사부님이 항상 강조하시던 자세인데요 이것 또한 제가 간과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저는 오늘 선언합니다. 허리를 위해, 제 몸을 위해, 제 몸은 더 이상 제 것만이 아닌 저희 아이들과 환자분들을 위한 몸이기 때문에 저는 건강해지겠습니다. 먼저 체중을 14kg 정도 줄이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아침 식사를 꼭 하겠습니다. 공부나 회의가 아무리 늦게 끝나도 야식은 하지 않겠습니다. 운동을 주 2회에서 주 5회로 늘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제가 처방했던 약들, 이제 거르지 않고 잘 챙겨먹겠습니다. 사실 약이라는 것이 2~3일 정도 챙겨 먹다 보면 질리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제가 제 약을 처방해 놓고도 잘 먹지 않았던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잘 챙겨먹겠습니다.
 
사실 위에서 제가 하겠다고 선언한 내용들, 다 제가 환자분들께 하시라고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지금도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서 쭈그리고 앉아 칼럼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역시 더욱 건강해지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할 때, 아직 별 증상이 없을 때 전문가에게 진단, 상담 받으시고 그 건강함 더욱 오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같이 건강해지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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