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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빨리빨리’문화, 혈류 순환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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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30 17: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아버지는 성격이 아주 급하십니다. 지금은 연세가 드시고 어느 정도 유연해지시긴 하셨지만 지금도 아주 급한 편에 속하시죠.

어딜 놀러갈 때나 약속이 있을 땐 항상 현관문에 서서 준비가 왜 이리 늦냐고 다그치십니다. 어머니는 항상 저희 셋을 챙기시고 차에서 화장을 하곤 하셨습니다. 어린 제가 보기에도 왜 이리 채근하실까 하는 생각에 항상 어디 갈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런 저희 아버지께서 혈관이 막혀서 시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지러운 증상이 있어서 제가 치료해 드리던 중에 아주 호전되다가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셔서 여러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하던 도중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동맥이라 불리는 목 주변의 혈관이 막혀서 뇌혈류 장애가 생겨 어지러움이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큰일 날 뻔했던 건 사실이지요. 보통 우리 피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코피가 날 때, 상처가 났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거부감 정도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몸 전체 구석구석 잘 돌아다녀야만 피는 그 본연의 역할을 다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통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없어야 할 곳에 있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됩니다.

없어야 할 곳에 있다? 이런 것들은 한의학적으로 어혈(瘀血)이라 부르지요. 있어야 할 곳에 없다? 이것은 혈허(血虛)라 부릅니다. 좀 더 쉽게 보자면 어혈은 출혈이나 자반 등에 해당하는 것이고 혈허는 허혈성 질환 등을 의미합니다.

모두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에 상처가 나거나 혈관 투과성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증상들입니다. 자, 그럼 이러한 증상들은 도대체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혈관은 왜 막히거나 상처가 나게 되는 것일까요?

식습관, 생활 습관, 음주, 흡연 등 여러 요인들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구조적인 관점에서 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로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 보면 거의 맞습니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혈관 주변의 근육 조직이나 다른 결체 조직들의 경직이 발생하면 혈액 순환의 문제가 서서히 시작됩니다.

갑작스럽게 심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오랜시간 동안 서서히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콕 집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격, 체형 등을 고려한다면 전문가적 입장에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아버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성격이 많이 급합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화도 잘 내고 스스로 욱 하는 느낌도 자주 느낍니다.

상대적으로 성격이 유연하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사람과 비교했을 때 몸의 전반적인 조직이 긴장되어 있을까요. 아니면 부드러울까요. 당연히 긴장되어 있겠죠.

목 주변의 조직이 만성적으로 긴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로 “컴퓨터를 많이 해서 목이 굳었나봐요” 이렇게들 많이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컴퓨터를 많이 하는 사람들 모두 목 주변의 뻣뻣함이나 통증을 호소할까요? 아니죠.정도의 차이도 있고, 많이 하는 사람 중에서도 전혀 통증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인은 성격, 체형 등 심리적 원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짐작해 볼 때 저희 아버지의 질환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도 급하시고 목 주변의 조직도 경직이 심한 상태에서 엎친데덮친격으로 서서히 진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혈관의 경색은 목뿐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부분에 비해서 목 주변이 약했기 때문에 목 주변의 혈류 순환 장애가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약했다면 다른 부분으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진료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이 “저는 무슨 체질이에요?” , “저는 어떤 음식 먹어야 해요?” 등입니다. 사실 질문을 받다보면 ‘이게 중요한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위 질문들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의 생활 습관이나 성격이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동쪽으로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나에게 적용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목 주변의 근육이 굳었다고 해서 바로 경동맥의 경색이 의심된다던지 심혈관계 질환이 의심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틀린 말이에요.

다만, 항상 경직되어 있고 긴장을 잘 하고 유연하지 못한 생활이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위와 같은 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누군가에게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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