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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현대식 공원…시민참여 시대 연 1차 산업혁명의 산물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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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30 16: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현대식 공원은 19세기 1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유래한다. 18세기에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약소국이자 유럽의 변방이었던 영국은 그로부터 약 100년 뒤인 19세기에 이르러 세계 최강국으로 등극하였다. 영국이 일으킨 1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동력원의 발명에 있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류는 약 7000년 가까이 말과 소에만 의존하던 전통적 동력체제를 비로소 탈피하게 되었다. 이것은 산업구조의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사회구조 및 삶의 양식 전반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는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건설되었다. 그러한 노동집약적 공장에는 엄청난 숫자의 공장 노동자가 필요하였다. 런던에는 지방에서 상경한 농민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18세기 중반 런던 인구가 약 55만 명이었는데 19세기 후반에는 약 550만 명으로 약 10배 증가하였다. 이들의 약 80%는 세계 최초로 런던에 등장한 공장노동자 계급이 되었다.
런던 공장노동자들의 생활은 매우 열악하였다. 만 5세가 되면 하루 12시간의 고된 노동현장에 투입되었다. 교육의 기회는 박탈되었다. 당시 런던의 10세 미만 유아사망률은 50%에 가까웠다. 즉 런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10세 이전에 둘 중에 한 명은 사망하였다. 성인의 평균수명은 40세였다.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 바로 공장노동자계급이었다. 
 
세계적인 대문호 찰스 디킨스와 훗날 대영제국의 명재상이 된 작가 디즈레일리는 자신들의 작품 속에서 공장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영국사회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음을 경고하였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묘사된 런던은 영국정부의 무대책 속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수많은 노동자들로 가득한 우범지대이다. 소매치기가 대낮에 활보하고 납치, 인신매매, 성매매, 살인, 강도행각과 같은 강력범죄들이 들끓었다. 그중에서 런던 도심을 흐르는 템스 강 남쪽 강둑에 위치한 ‘야곱의 섬’(Jacob‘s Island)은 가장 악명 높았던 범죄소굴이었다. 범죄자들이 런던의 다른 지역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 숨어드는 은신처였다. 일명 기생충 섬(Pest Island)로도 불렸으며, “범죄와 묘지의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장소”로 묘사되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시 이곳은 대낮에도 경찰의 치안통제가 전혀 못 미치는 곳이었다. 
 
당시 런던의 도시 공장노동자 계급의 형성과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들은 인류역사상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사상과 제도와 법규가 새로 마련되었다. 아담 스미스의 자본주의 이론이 정립되었으며, 독일의 망명객 칼 마르크스가 런던도서관에서 공산주의 이론을 창시하였다. 백인노동자들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더 이상 불필요한 흑인노예제도가 철폐되었고, 10세 이하 유아노동금지법이 발효되었다. 공공위생법, 시민들을 위한 공교육 법안 마련 및 공립학교 설립이 이때 런던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왕실과 귀족들이 더 나은 런던을 만들기 위해 동참하였다. 시민들의 휴식과 더불어 사회참여를 권장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정원과 사냥터를 공원으로 변모시켰다. 현재 런던에는 수많은 공원들이 있는데, 도심에는 왕실에서 건립한 8개의 명품 로얄 파크가 있으며, 이것들 주변에는 수많은 소공원(가든 스퀘어)들이 있다. 또한 영국의회에서도 시민들을 위헤 의회공원을 19세기 이후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총 4개를 조성하였다. 이런 공원들에서 현재 시민들은 산책과 운동을 하고, 연극공연과 음악회 등 각종 행사를 열기도 하며, 강연을 듣고, 정치가 및 기업가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것은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매우 유효한 공원의 기능이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매우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이 가능하며, 또한 그러한 기능과 목적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공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공원 조성 및 운영의 흐름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공원을 진정 시민들을 위한 활발하고 다양한 소통과 참여의 광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족하며, 그럼으로써 그곳에서 삶의 휴식과 여러 아름다운 추억을 깃들일 수 있을 때 지역의 역사와 함께 숨 쉬는 진정한 명품공원으로 빛날 것이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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