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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네 꿈이 뭐냐고 묻기보다는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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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03 16: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다양한 주제로 시시각각 장면이 변한다. 출연진도 수시로 바뀐다. 아무 곳이나 무대가 된다. 그런 모습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종일 실실댈 때도 있다. 바라만 봐도 예쁘고, 절로 웃음이 터진다. 무릉도원에 있는 듯 행복하다. 각본이 없어 호기심이 생긴다. 질릴 수가 없다. 우리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4월 21일, 만국기가 펄럭이는 하늘 아래 운동장이 시끌벅적하다. 필드에서는 학년별로 단체티를 맞춰 입은 학생들의 단체 경기가 열리고, 트랙에서는 달리기가 한창이다. 100m 달리기는 언제나 가슴을 팡팡 뛰게 한다. 학생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힘차게 뛴다. 그 와중에 몇몇 학생이 장애 학생과 줄을 맞춰 걸으며 테이프를 끊는다. 등수는 안중에도 없나 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다. 
 
10월 20일, 강당이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학생 스스로 익힌 솜씨를 뽐내는 꿈·끼 자랑 대회이다. 춤을 추며 무용수가 되고, 노래를 부르며 가수가 된다. 악기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태권’이라는 기합과 함께 합판이 격파되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금상을 수상한 팀은, 학부모님들께서 참관하는 학습발표회 무대에 서기에, 심사위원들의 눈과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11월 3일,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학습발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관객이 참 많다. 18개 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낸다. 각종 대회에서 금상을 휩쓰는 사물놀이부와 가야금병창부·댄스부 학생들이 흥을 돋운다. 전교생이 수업 시간에 배우고 익힌 실로폰·리코더·단소 연주 솜씨를 학년별로 선보인다. 선생님들의 지도 흔적이 역력하다.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등장한 예닐곱 살 병설유치원 원아들이, ‘검정고무신’ 노래에 맞춰 깜찍하게 율동을 하자, 관객은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고학년 학생들이 원아들을 따라 춤을 추며 떼창을 한다. 장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학부모님들도 앙코르를 외치며 꼬마 무용수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낸다. 내 어깨까지 들썩거린다.
 
꿈·끼 자랑 대회에서 선발된 4팀의 공연과 축하공연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국악인 지현아 선생님이 국악가요를 신명나게 불러 젖히고, 학부모 합창단은 앵콜곡까지 3곡을 불러 학습발표회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학생들은, 교통안전공단 김종현 본부장님으로부터 안전모 200개를 선물 받고, 설동호 대전광역시교육감님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한껏 고무되어 사기충천이다.
 
11월 9일, 강당에 전시된 전교생 342명의 꼬마작가들이 펴낸 책을 펼친다. 학생들 성격만큼이나 342권의 내용이나 형태가 모두 다르다. 직접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책도 있고, 어릴 때부터 지금의 모습을 담은 성장일기도 있다. 5홀엮기형을 비롯하여 X자엮기형·계단형·병풍형·피자형·별형·주머니형의 책도 있다. 전시장에 들른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책에 칭찬 쪽지를 붙여 준다. 그 모습이 훈훈하고 정겹다.
 
11월 19일,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넷볼 대회가 열리는 대전대학교 맥센터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17개 시·도를 대표한 초·중·고 학생들이 한 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대전광역시 대표로 출전한 우리 학교 여학생들이, 예선 성적 1승 1패로 8강전에 나섰지만, 이번 대회 우승팀에 아쉽게 패배했다. 꼭 이겨야만 감동이 있는 건 아니다. 그 동안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기에 더없이 짠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넷볼부를 조직한 지 4개월 만에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배, 대전광역시교육감배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과분하다. 격려차 참석했던 선생님·학부모님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는 데 선수들 모두 싱글벙글이다. 우승팀의 포스이다. 전혀 패배한 팀답지 않다. 역시 이심전심이다.
 
그 밖에도 전국고전암송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여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학생, 동부교육지원청 주최의 책 만들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학생, 전국장애인육상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학생, 대전영재페스티벌에서 교육감상을 받은 학생들… 등등, 드러나지 않아도 우리 학생들이 갖고 있는 꿈과 끼는 무궁무진하다.
 
학생들의 꿈은, 하룻밤 사이에도 몇 번씩 바뀐다. 선생님이 꿈이었다가 의사로 바뀌고, 가수에서 운동선수로 다시 과학자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기에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묻기 보다는, 그 학생이 갖고 있는 끼를 계발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직업에 묶인 꿈을 강제하기 보다는,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되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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