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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학교간 차이! 동일학구내 학생인원 균등 배정이 답이다

권기원 대전문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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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7.09 11:51
  • 기자명 By. 이수진 기자
권기원 대전문정중 교장.

중학생은 초등학생보다 원거리 학교에 등하교한다.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학구를 설정하고 동일 학구 내 소재 학교 중에서 배정하기 때문이다.

통상 통학에 30분 소요되는 거리 내에 위치한 학교 중 추첨으로 배정된다. 그로 인해 대도시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학교를 두고 멀리 있는 학교에 다니게도 된다.

그러자 원거리 학교에 배정된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가까운 학교로 재배정해 달라는 이의를 제기하게 됐다.

반복되는 집단민원에 밀린 교육청들은 선호도 및 지원율을 고려해 차등배정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원거리 배정인원을 줄었지만 학교간 학생수 차이 심각 등의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최근 모 신문에 보도된 ‘A중은 여학생이 34명인데, B여중은 272명’ 현상도 남녀공학과 여중의 차이를 포함한 학생배정에서 나타난 문제이다.

대전지역을 살펴보면 같은 조건의 동일학구내에 전학년 24학급 중학교가 있는가 하면 6학급 중학교가 있기도 하다.

두 학교 모두 30학급 규모의 학교였는데, 학교 선호도에 따라 학생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학생수 차이로 끝나지 않고 교원수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 학교교육력도 차이가 나게 된다.

한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는다. 침대에서 떨어져 이마가 깨지고 한밤중 고열을 내기도 하고 서랍장을 껴안고 넘어져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때마다 안타까워 어찌할지 몰라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마음 졸이는 그런 일들이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끝나려나 싶지만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교우관계, 성적 걱정, 등하교 안전 등이 늘 마음에 걸린다. 청소년이 돼서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배정되면 어쩌나, 그놈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안동 산골에서 자란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새벽 일찍 일어나 소여물을 먹이고 아침식사 후 책보에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싸주신 도시락과 그 위에 교과서를 넣어 어깨에 둘러메고 집을 나서 뜀박질을 한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동네 친구이자 같은 반 친구가 같이 가자며 달음질치며 다가온다. 우리 마을 산을 내려가 냇물을 건너 들판을 걸어 산을 몇 개 넘어서야 학교에 간다.

뜀박질로도 1시간은 넘어야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학교에 가는 것이 좋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산을 넘다 새총으로 새도 잡기도 하고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며 친구들과 마냥 즐겁게 놀았다.

요즘 학생들은 멀어야 20~30분 거리에 학교가 위치해서인지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늦게 일어나 아침식사도 거르고, 지척의 거리를 부모 차로 등교하기도 한다. 방과후엔 태권도학원, 미술학원 등에 간다. 이러다 보니 어른에 대한 존경과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낮다.

영재학교 진학 3년 연속 전국 1위(올해 과학고 23명 진학)인 우리학교는 지원인원이 계속 증가해, 매년 1500여 명씩 학생이 감소하는 대전지역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년당 15학급에 학급당 34명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학구내 타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는 학급당 10명, 학년당 100명 이상이 많다.

이렇다 보니 적은 인원의 이웃학교에 비해 양질의 급식을 하는 장점도 있지만 점심시간 내내 모든 교직원이 배식지도를 해야 하고 전교생이 식사를 마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전교생이 100명도 안 돼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학교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학교간 차이의 해결은 법령과 원칙대로 학구내 학교간 학생인원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것이다.

학부모도 조금 떨어져 있는 학교에 배정된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교육청은 동등 추첨 배정하고, 대신 원거리 학교 배정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학구내 학교들이 비슷한 학생 수 하에서 학교 교육력을 신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중학생 시기는 자아정체성 확립기다. 생활영역을 점점 넓혀가며 자아를 정립해 가는 때다. 실제로 학생들은 1시간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타학교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려 논다. 중학생을 초등학생처럼 집 가까이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것은 자녀의 성장 가능성을 막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라고 집안에서 에어컨만 쐬지 말고 많은 친구들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면서 인격과 창의성을 키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가는 여름방학이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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