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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명태(Alaska Pollock)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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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20 16: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눈부신 가을 아침에 오디오를 헤집고 넘실대는 오현명님의 ‘명태’가 기분 좋은 월요아침 출근길을 연다.

명태는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담없는 생선이다. 가격면에서도 착하고 맛 또한 담백하며 여러 가지 요리방법과 맛을 지니고 있어 더욱 귀하고 고마운 생선이다. 명태의 유래를 살펴보면 명태는 조선 인조때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明川郡)에 초도순시를 했을 때 반찬으로 내놓은 생선이 담백하고 맛이 좋길래 이름을 물었더니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의 어부가 처음으로 잡아온 고기라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명천의 명자와 태씨 성을 따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흔히 주위 사람들 중에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낮추어 표현할 때 ‘노가리 깐다’라고 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명태가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명태와 관련된 속담 중에는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을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 동안 국을 끓인다’라고도 표현한다. 그리고 명태를 빗대어 성차별의 의미를 지닌 속담도 존재하는데 ‘명태하고 팥은 두들겨서 껍질을 벗기고 촌놈하고 계집은 두들겨서 길들인다’라는 뜻으로 좀 무거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명태는 이름도 다양하다. 봄에 잡은 명태는 춘태, 가을에 잡은 명태는 추태, 그리고 겨울에 잡은 명태는 동태라고 한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명태는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원양어선에서 잡으며 원양태, 근해에서 잡은 명태는 지방태, 강원도에서 나는 명태는 강태(江太)이며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라고 한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양양에서 1년 반 동안 식구들이 함께 생활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말씀은 그때 내 나이가 5살정도이었다고 하는데 내가 천재는 분명아니었는데 그때 먹었던 음식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특히 감자밥과, 북어로 만든 식혜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한번 찾아 간적이 있었다. 결과는 그냥 북어국만 먹고 돌아왔었고 훗날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강원도 고성에서 열리는 ‘명태 축제’에서 어릴적 추억의 그 맛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택배로 주문해서 먹고 있다.

명태를 갓 잡았을 때는 생태라고 하고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꾸들꾸들하게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노랗게 말린 것은 황태라고도 한다. 생각해보면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먼저 북어는 국 용도로 많이 소비하고, 코다리는 찜, 동태는 찌개, 황태는 구이, 노가리는 술 안주로 사용하며 알은 명란젓으로 담가 먹거나 일식 집에서는 알탕 같은 국, 찌개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명태의 창자로도 젓을 담가 먹는데 바로 창난젓이다. 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수산시장에서 국내산만으로는 공급물량이 부족하여, 러시아산 및 북해산 명태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태는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잡히며 소비가 되는 생선으로 미국 맥도날드 생선버거는 100% 알래스카 폴락(Alaska Pollock)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008년부터 그린피스는 명태를 위기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코다리 강정이랑 동태탕을 매우 좋아하는데 마침 오늘은 쌀쌀한 가을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저녁이 바로 코앞이라 퇴근 길을 평상시보다 좀더 빠르게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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