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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역사속의 재난사고와 건설기술인의 마음가짐

도순구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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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3.05 14: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도순구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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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물류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대형건축물과 토목구조물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편안한 주거와 근무환경을 보장받고 이동시간을 대폭 줄이는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안전관리의 소홀로 시설물들의 건설과정이나 준공 후에 예기치 않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재난이 발생하여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겪어왔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지만, 지난 1994년 10월 성수대교의 붕괴는 49명의 사상자 발생으로 온 국민을 좌절케 하였고,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1400여명이 넘는 사상자발생과 2700여억원을 상회하는 재산피해를 가져왔으며, 2018년 9월 발생한 상도유치원 붕괴사건은 건설사업자와 건설인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킨 중대사고였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대형재난 이후 시설안전에 대한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성수대교 사건이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삼풍사고 이후에는 건물안전평가의 실시와 함께 주요도시 119중앙구조대가 설치되는 등 시스템이 보완되었으며, 상도유치원 사고이후에는 토지 굴착시에 감리원이 상주 점검토록 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소는 잃었으나 외양간을 고쳐 사고의 반복을 억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기록에 나타난 시설물 붕괴사고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기록하였을까?

태종 15년(1415년)에 새로 건설한 행랑이 몇 달 만에 아홉 개의 기둥이 기울고 수십 개의 기둥이 엎어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때 사헌부는 “공사감독관들이 마음을 쓰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숭례문안의 행랑 13칸과 내사복 문 3곳 등이 무너졌는데 태종임금이 병조판서 박신을 불러 추궁한 내용도 역시 “마음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었다.

또한 세종 12년(1430년) 6월 중국사신을 응접하는 모화루가 무너졌을 때의 일이다. 대사헌 이승직은 상소를 통해 “공사감독자가 집 짓는 체계를 훤히 알면서도 마음을 쓰지 않아 감독할 뜻이 없었으니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일련의 시설물 붕괴사고 발생 원인을 건설인들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것에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밖에도 정조 13년(1789년) 2월에는 정조임금이 영릉을 가기위해 신원천에 이르렀을 때 도감진영의 호위군이 다리를 건너던 중 다리가 무너졌다. 이때 영조임금은 23년전에도 신원천 다리가 무너져 재축조한 사실과 이때 공사를 빨리한 것에 대해 포상을 내렸던 것을 상기하며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빨리빨리에만 신경을 쓰다 안전에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세종 6년(1424년) 8월 함길도 북청의 도성이 무너졌을 때 건설당시 공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달려가 성을 다시 쌓은 것이다. 시공책임을 끝까지 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충청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당진시 면천읍성(충남기념물 제91호)에서 발견된 각자성돌이 그것이다. 이 성돌에는 읍성의 축조 시기와 부역 군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이는 해당 구간에서 공사 부실이 발생하면 해당 군현에서 보수를 책임진다는 증표로 오늘날의 '공사실명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재난의 원인을 “마음을 담지 않은 시공과 감독”으로 진단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시설물의 붕괴원인이 부실자재의 사용, 졸속시공, 관리의 미흡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건설기술인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 건설기술인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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