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청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일일이 검역을 하고 체온을 체크한다. 통영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 일단 안심이다. 회의실로 이동하여 곧바로 평가위원회가 시작되었다. 통영시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2019년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새뜰마을)사업 도시지역 공모에 “동백꽃 피는 창골마을”이란 주제로 공모를 신청해 선정되었다.
창골마을은 서피랑의 반대편 충무교회 인근 지역으로 두 마을은 같은 새뜰마을사업 대상지이다. 통영 원도심에 입지한 주거지로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구릉지에 형성된 자연발생형 주거지로 노후화된 기반시설 및 주택들이 다수 분포해 있어 거주민들의 종합적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한 지역이다. 또한 원도심 중심시가지에 입지해 있어 다양한 지역자원, 관련사업 등과의 연계성이 높은 입지이다. 이에 따른 마스터플랜의 주제는 통제영의 뿌리, 서피랑 아래 싹트는 행복터로 ‘주민 활력을 담는 보고(寶庫) 창골 새뜰마을’이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으로 주거환경이 취약한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한 과업이다. 이를 위해 마을의 안전시설로 골목길 보행환경 개선사업, 범죄‧재해예방시설조성사업을 전개한다. 생활‧위생인프라 구축으로 주민교류 거점 공간, 창골 문화어울림창고, 창골 아트로드(Art Road)를 조성한다. 주택정비지원으로는 집수리지원, 슬레이트 지붕개량 등 주민역량강화사업, 휴먼케어 프로그램 등으로 설계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4년간 국비 및 지방비 35억을 투입하여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더불어 문화와 역사가 있는 지속가능한 마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통영시 도천지구 소규모 재생사업 '♬안단테♬ 윤이상 음악 여행길'도 도시재생 뉴딜 '소규모 재생사업'공모에 선정되어 이미 제안서 평가를 마치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단테♬ 윤이상 음악 여행길’ 사업은 기존의 윤이상 기념공원 내 음악 특화 도서관, 벽산쉼터, 마을 공유지를 활용하여 음악교류 거점공간을 조성한다. 또한 음악을 주제로 한 마을경관정비를 비롯해 관광콘텐츠를 발굴하여 통영을 찾는 방문객과 함께 참여하는 음악교류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로써 향후 문화‧공동체 활성화사업으로 일자리창출은 물론 문화를 향유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통영시에서의 평가위원회를 모두마치고 시간을 할애하여 이순신공원으로 향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크게 물리쳤던 한산도대첩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기 때문이다. 공원 내에 세워진 위풍당당한 모습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한산도 앞바다를 주시하고 있다. 망루에 올라서면 왼쪽으로는 견내량이, 오른쪽으로는 한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한산도 앞바다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이 충무공이 일본의 최정예 수군함대 70여 척을 맞아 학익진(鶴翼陣)을 펼치며 적을 섬멸시켰던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 아닌가.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적을 섬멸하는 이순신 장군의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당시 조선 대부분을 함락시키고 명나라 정벌을 눈앞에 둔 일본에 치명적 패배를 안긴 이 해전은 세계 전쟁사적으로도 가장 값진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당당하고 위품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높이 30m정도로 서울 광화문의 모습보다 사뭇 진지하게 보였다. 칼을 차고 있는 모습, 손을 가리키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당시 백성의 안전을 지키는 이순신장군의 호국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동상 앞에는 한산대첩 시 전공을 세웠던 것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왜적의 침입이 발견되면 불을 뿜을 것 같은 천자총통이 바다를 향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동상 주변으로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이 길을 따라가다 통영항을 바라보니 문득 영화 명량이 떠오른다. ‘신(臣)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습니다.’라고 승전을 노래한 이순신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우리들이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영원한 민족의 사표이다.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하리라.’는 성경말씀이 가슴속으로 깃들어 새 희망을 얻는다. 공원 안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 산책로, 전망데크, 전통문화관, 정자인 학익정(鶴翼停)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도처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운동시설, 어린이놀이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망일봉 자락에 조성된 이순신공원으로 넓게 펼쳐진 쪽빛 바다와 한산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모처럼 마음에 힐링을 얻는다.
통영은 예술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청마 유치환, 초정 김상옥, 박경리, 김춘수, 김용일 등의 문학인, 음악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이한우등의 걸출한 문화 예술인들을 배출할 수 있는가. 가희 예향의 고장이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동피랑마을에서의 행복한 세상을 열어 갔으면 좋겠다. 통영에 오면 반드시 동피랑마을과 인접한 중앙시장도 돌아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통영시민의 발소리도 함께 듣고자 한다. 이토록 통영을 일찍부터 ‘동양의 나폴리’라 명명한 것은 지당한 평가인 듯하다.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이탈리아 남서부지역에 위치한 거대 항구도시이다. 시성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나폴리를 보고 이렇게 묘사했다. “오늘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어떤 말도, 어떤 그림도 이 경치의 아름다움에는 당하지 못한다. 나폴리에 오면 사람들이 들뜬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닌 것 같다.”
통영 나폴리의 미래를 그려보며 내 고향 청주를 향해 달린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만은 않다. 지금 전 세계를 공포와 침체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 19가 특히 이탈리아를 강타하고 있어 마음이 심히 아프다. 어려운 가운데도 예술을 꽃피우고 도시를 나폴리로 가꾸어 가는 것은 분명 우리의 몫이다. 끝내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길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