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가사를 되새기며, 선생님과 부모의 존재 이유를 곱씹어본다. 학생이 없다면 선생님이, 자녀가 없다면 부모가, 환자가 없으면 의사가 필요 없듯이 누구든지 저마다의 존재 이유에 맞게 제 역할을 다해야 할 텐데…. 공자는 일찍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녀는 자녀다워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을 설파하며 명분을 바로 세워야 함을 말했는데 이 또한 존재 이유에 부합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리라.
정명론이 아니라도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각자 자신의 존재 이유에 맞게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단체나 조직은 설립 취지에 맞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힘들고 서툴러도 제 갈 길을 가야 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동료와 함께 배려와 소통으로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작금의 위기 상황 하에는 모든 국민이, 나아가 전 세계인이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지속적 실천과 일상화로 새로운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고 감염자 전원이 하루속히 완치되어 사태가 종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은 가정,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유기적 연계 속에 긴급돌봄, 온라인학습, 방역 및 건강관리, 사이버폭력예방 등 현안과제 해결에 역량을 결집할 때다. 일부에서 다시 제기하고 있는 9월 신학기제 도입 및 학제 개편 등 소모적 논쟁을 할 때는 아니다. 이 문제는 향후 보다 세심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9월 신학기제 도입 및 학제 개편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사회적 고비용의 발생과 제도 개편에 따른 혼란과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주장은 질병 창궐 이전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지금의 상황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학령아동이 대폭 감소한 해에 학제 개편과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추진하면 혼란을 완화할 수 있고 희망자의 개별 학습 수준을 평가하여 학년 진급(월반)을 유연하게 적용하면 비용 최소화와 단기간 정착이 가능하다.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바이러스 창궐 상황을 가정해 예를 들자면, 질병 퇴치 시까지 일정 기간 개학을 연기하고 그 기간만큼 학년도 개시일을 순연하면 올해처럼 수업일수 감축과 여름방학 축소 없이도 개학일까지의 기간(6월 1일 개학이라면 3개월)만큼을 순연해 다음해 5월 말까지 학년도 적용을 하면 금년에 겪는 것보다는 어려움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순연된 기간인 6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3개월을 자아발견과 진로탐색 및 진급학년 결정의 조정기로 운영해 9월 1일자로 신학기를 시작하면 초중고교 학제 개편(6-3-3 12년제→5-3-3 11년제)과 9월 신학기제 도입을 동시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변경 학제(초중고 11학년제)에 맞게 조정기에 초5는 중1로, 초6은 중1 또는 중2로, 중1은 중2 또는 중3으로, 중3은 고1 또는 고2로, 고1은 고2 또는 고3으로, 고3은 대1로 또는 조정기에 대1 AP과정을 이수한 자 등은 대2로 진급(편입) 학년을 결정하면 제도 정착을 한 번에 추진할 수도 있다.
현재도 외국 학제 하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학생의 편입학년은 개별 학생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여 학교장이 결정(학제 차이를 고려하여 6개월의 범위내에서 가감하여 학년을 결정)하고 있으며, 국내 재학생의 경우도 해당학년의 출석일수 ⅔이상 요건만 충족하면 설사 전 교과목 성적이 E(60-0점; 과거 수우미양가 방식에서 가)여도 진급 및 졸업을 인정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이상의 예를 포함해 구체적인 방법은 중지를 모으면 가능한 여러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와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사 안될 것, 어려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접근 자세를 견지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완전 소멸이라는 희소식을 기대한다. 그리고 학제 변경에 따른 9월 신학기제가 시작되는 그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