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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탐대실(小貪大失)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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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14 14: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중국에서는 ‘소탐소실(小貪小失)하면 대탐대실(大貪大失)한다’라는 말을 잘 쓴다고 한다. ‘작게 탐내면 작게 잃고, 크게 탐내면 크게 잃는다’ 하지만 우리들의 평범한 기억에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고사성어만 존재한다.

얼마 전 작은 딸아이가 해물 파스타가 먹고 싶다 하여 레시피를 다운받아 처음으로 서양 면 요리에 도전하였었다. 초보 솜씨였는데도 불구하고 과히 나쁘지 않은 평가에 기분이 우쭐하여 내친김에 어제 저녁에는 오일 파스타에 도전하였는데 결과는 완전 ‘꽝’이었다. ‘그러게 한가지만 잘하면 되는데 어쩌자고 과욕을 부렸는지, 엄마는 그 과욕이 문제야!’ 넘쳐나는 파스타 면을 혼자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삼키는데, 이때껏 경험한 벌 중에서 최악이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고사성어는 유주(劉晝)의 ‘신론(新論)’에 등장하는 글로써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하여 정리하였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은 촉(蜀)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촉 땅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지 못했으므로 촉나라를 공략할 수가 없었다. 당시 촉나라 제후는 욕심이 많았으므로, 진나라 혜왕의 신하는 그 점을 이용해서 촉나라를 공략할 방법을 제시했다. 진나라 혜왕은 신하의 계책을 받아들여, 돌로 된 소 다섯 마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꽁무니 쪽에 금을 쏟고는, ‘소가 금 똥을 눈다[牛便金]’고 거짓말을 퍼뜨렸다. 그러고서 진나라 혜왕은 돌로 만든 그 소들을 촉나라 제후에게 우호의 예물로 보내겠다고 했다. 촉나라 제후는 금 똥을 눈다는 소를 맞이하려고, 다섯 명의 역사들을 보냈다. 다섯 명의 역사는 그 돌로 된 소를 촉의 수도인 성도까지 끌고 갔다. 이 때문에 촉으로 들어오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진나라 혜왕은 촉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게 되었으므로 장의(張儀)로 하여금 군사들을 이끌고 가게 해서 촉을 치게 했다. 이 결과 촉나라 제후는 붙잡히고 촉나라는 망하였다. 정리해보면, ‘소를 조각하게 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보석의 소와 함께 촉나라로 보낸 수만 군사가 갑자기 무기를 꺼내 촉을 공격하였다’는 이야기인데 트로이 목마와 줄거리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중국 북송의 대표적 시인 소식 또한 ‘人之所欲欲無窮(인지소욕무궁)하니, 而物之可而足吾欲有盡(이물지가이족오욕유진)하다, 즉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우리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물질에는 한도가 있다’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워질 수 없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평생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간다. 늘 여유가 없고 바쁘고 빠르게 살다 보니 한편으로는 우리네 일생이 얼마나 허무할까 싶어 스스로 동정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 누군가를 위하여 인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욕심을 부리거나 필요 이상의 것을 차지하려거나 한다며 이는 행복을 파괴하고 ‘화’를 자초하는 계기가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사치를 누리는 사람은 부자이면서도 늘 부족하고, 검소한 사람은 가난하면서도 늘 여유가 있다고 한다. 풍족함이 반드시 우리네 인생에서 행복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또한,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지니고 평생 궁핍감에 사로잡혀 의미 없이 사는 것보다 욕심을 줄이고 때로는 부족함이 허락하는 삶을 사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늘 저녁에 과식하는 습관으로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친구를 이 나이에 벗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먹자, 더 이상은 안 돼,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빈 과자봉지들이 식탁 여기저기에 널브려져 있는 모습에 이제는 내 자신이 초라해지곤 한다. 큰 뜻을 품고 하늘 높이 치솟아 남쪽으로 나는 새가, 땅 위에 생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그냥 한 마리 참새였나 보다! 맨날 퇴근길에 아파트 입구에 있는 방앗간 마트를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욕심에는 만족도 없고, 끝도 없다. 우리네 현실은 평범한 삶을 살고, 평범한 꿈을 꾸면 바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더 누구 보다 튀어야 하고, 누구를 밟고 일어서야만 주목받고,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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