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비 내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7.20 18: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세상에는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시각, 청각, 미각, 후각 그리고 촉각 등 다섯 가지의 감각 가운데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고 제일 민감하게 작용을 하는 것이 귀로 소리를 듣는 청각입니다.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빛이 있으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시각으로 보여지는 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공간적 제약을 덜 받는 소리입니다. 공간의 제약을 어느 정도 극복을 할 수 있고 빛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 우리가 의식이 깨어있는 순간이라면 주변에서 들려오거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를 귀를 통해서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소리들은 자연적인 소리도 있고 인위적인 소리도 있습니다. 느낌에 따라서는 경쾌함을 주는 소리, 즐거움을 주는 소리, 괴로움을 주는 소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 등 우리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닌 다른 것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변화들을 소리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낍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듣고 있으면 마음의 안쪽으로부터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다보게 하는 소리입니다. 왜냐면 지난 행복을 되새기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현재의 마음도 평안을 찾기 때문입니다.

요즘에 비가 내리는 날이 많습니다, 어느 때는 일주일 이상을 매일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리고 습기가 높은 공기를 들이마시다보면 그 기분은 그렇게 상쾌하거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소리 특히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는 듣고 있노라면 울려 퍼지는 선율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물론 심사가 틀어졌을 때에는 어느 것도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것처럼 비오는 소리도 마음이 심난 할 때에는 마음을 더 어지럽힐 뿐입니다.

나는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을 좋아 합니다. 누군가가 ‘당신은 어떤 날이 좋아요?’라고 묻는다면 매번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이라고 말을 합니다. 어렸을 때 번개치고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무섭지 않느냐?’고 흔히 묻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 그 질문을 받으면 사실은 마음 한쪽에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지만 ‘아니요’라고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것이 어린 마음의 자존심이라면 자존심이었을 테지요. 그런데 그렇게 대답을 하고나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비오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비오고 바람이 부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각각이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다릅니다. 짚신을 파는 아들과 나막신을 파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짚신을 팔러 나간 아들이 걱정이 되고 해가 내리 쬐면 나막신을 팔러 나간 아들이 걱정이 됩니다. 그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많은 종류의 직업도 있고 다양한 생활 습관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한쪽에서 괴롭거나 손해를 보면 다른 한 한쪽은 즐겁거나 이익을 봅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도 많은 방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것을 한 쪽에서는 싫어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좋아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우리가 마음안의 어느 방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느냐라는 것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 놓입니다. 보다 많은 경우의 상황에서 좀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에 들어갈 수 있다면 우리들의 삶이 행복에 들어 갈 것입니다.

문명이 발달을 하면서 전에 듣지 못했던 소리들도 하나씩 늘어 가고 있습니다. 듣기 좋은 소리도 있을 것이고 싫은 소리도 있을 것인데 끊임없이 내리는 비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연습을 한다면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어떠한 소리도 마음을 흔들지 못 할 것입니다.

한 마음 돌리면
행복이 거기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