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권기원의 교육夢] 전문가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7.21 18: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 이기는 것은 무명의 병사이다. (중략) 국가를 두루 살피되, 무명교사보다 예찬을 받아 마땅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 자 누구일 것인고. 자신의 임금이요, 인류의 머슴이로다.

헨리 반 다이크(Henry Van Dyke)의 무명교사 예찬! 언제 읊조려 보아도 참 의미심장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방역과 생활지도, 온-오프라인 수업 준비 등으로 불철주야 애쓰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노라면 작금의 현실에도 딱 맞는 시대를 뛰어넘어 선생님에 대해 적절히 표현한 명문장이다.

선생님은 담당 교과나 생활지도뿐만이 아닌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전문가이다. 정부나 교육청에서 수립한 어떠한 교육정책이나 제도도 그 성패는 선생님의 손에 달려 있다. 현장의 상황에 맞추어 학교에서 직접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준전문직으로 여긴다. 의사나 변호사는 선임자들의 임상경험과 판례 등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누적시킴에 비해서 교사는 학생지도 경험이나 노하우를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가 퇴직과 함께 묻어버리고 후임자에게 전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초기 교육부는 이러한 교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각자 개발한 수업지도안, 교수학습자료, 학생지도기법 등을 전국의 교원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중앙교수학습센터; 에듀넷)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에듀넷과 연동되는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시도교육청별로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 대전교육청에 구축한 교수학습지원센터, 에듀랑에는 대전의 선생님 각자가 제작한 교과지도수업안과 수업동영상, 생활지도자료 등 각종 콘텐츠를 수시로 축적하여왔고 대전 외에도 전국의 교원들이 공유하며 널리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갑자기 실시한 원격수업에 에듀넷과 에듀랑에 탑재된 콘텐츠가 효자 노릇을 했음은 불문가지이다. 교사들이 각자가 수업동영상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였지만, 탑재된 콘텐츠를 직접 또는 수정, 보완하여 활용하였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전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관련 전문 자격증을 취득만 하면 전문가인가? 자격증이 필수조건이긴 하지만 자격증을 소지한 것만으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은 무엇일까?

34년 경력 중 20년을 교육부와 교육청의 교육전문직으로만 재직한 경험에서 볼 때, 전문가란 책임과 의무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부단한 연찬으로 쌓은 전문성을 적절히 발휘하는 자인데, 전문성 발휘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기엔 가장 전문적인 안도 타인이 보기에는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의 정책이 전문성을 갖기까지는 동료와 선배의 의견, 나아가 현장(학교, 교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고 최종결재자의 승인이 나야 전문성을 지닌 확정안이 된다.

따라서, 자신만의 전문성에 집착하여 자기 수준에서 전문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신속히 초안을 만들어 동료나 선배에게 보여 수정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어 보완하여 결재권자의 최종 결재를 빨리 얻는 것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는 길이다.

담당자와 결재자가 생각하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보통 상급자가 말하는 천천히 해오라는 의미는 실무담당자 수준에서 최대한 완벽한 안을 만들어 오라는 의미이지 정말 천천히 해오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직장이나 상급자들의 성격이 급하다고 직원들이 인지하고 있음에서 잘 알 수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의 종식과 학교 및 교육청의 교직원이나 교육전문직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우리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날을 그려본다.

또한, 참여정부 교육부 감사관실에서 민원사무처리를 담당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많은 민원인이 무조건 청와대나 교육부로 민원을 제출하지만 결국에는 해당 기관(대학이나 지역교육청)에 이첩하여 처리하게 된다. 상급관청에 제출해야 시일만 지체될 뿐이다, 모든 일은 결국에는 소관 기관 담당업무 전문가인 실무담당자가 처리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내용의 민원이나 제안도 실무담당자에게 하는 것이 제대로의 절차요, 빠른 해결의 길이다.

한편, 한미간 현안 협의를 위해 미국에 간 우리 정부 방문단이 국·과장 등 고위직과의 만남에 치중하다 정작 실무자와의 만남과 협의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해 현안 협의에서 불리한 결과를 도출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등 많은 국가가 우리의 문제 해결 방식이나 문화를 이상하게 여긴다는 기사를 접하노라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모든 일은 결국 실무담당자의 손에 달려 있다. 업무 추진 시 담당자를 존중하는 풍토가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전문가인 실무담당자를 존중해 그들과 상의하고 제안하고 도움받는 민주시민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성숙한 문화가 정착될 날이 빨리 오길 꿈꿔본다.

나는 전문가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성과는 상급자가 누릴지 모르나 진정 위대한 자는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전념하는 실무담당자이다.
온 나라를 두루 살피되, 실무 전문가보다 예찬을 받아 마땅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자신의 대통령이요, 국민의 종복인 자!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