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젊음이 넘치는 공공디자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0.08.23 15: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포항은 산과 바다, 모래가 어우러지는 자연경관이 수려한 도농복합도시이다. 조화를 이루는 통합의 미래디자인을 설정하여 안전, 생활편의 복지, 유니버셜 공생, 시민이 공감하는 소통을 중심으로 사람중심의 디자인을 지자체는 추구한다.

포항시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립 제안서 평가를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첫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연일 계속된 폭우로 철길이 끊기고 도로와 산이 타격을 입을까 걱정을 안고 달려간다.

포항시 공공디자인 개발은 지역 여건이 반영된 공공디자인 정책과 사업계획을 반영한 종합전략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로써 도시공간의 디자인을 높이고 도시경관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품격을 높이는 관광 중심의 역사공공디자인, 문화‧예술 중심의 예술 공공디자인, 기술을 상징하는 스마트 공공디자인, 자연을 살리는 자연친화적 공공디자인을 들 수 있다. 색채 등 개별디자인이 아닌 종합적인 디자인계획이 펼쳐져야 한다.

우리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도시를 읽고 기록한다. 시간의 켜가 쌓인 유럽이나 아시아 고도의 도시에서 역사와 문화,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게 될 때 감동을 받게 된다.

도시도 변화하고 있다. 거리와 건물, 사람이 모이는 광장이나 거리가 새롭게 인식된다. 버려진 공간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사람이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나가야 한다.

청주시도 ‘기록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운천·신봉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일반근린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의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기록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운천·신봉동’이라는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역사자원을 활용한 지역정체성 확립과 주민소통을 통한 상생 공동체 회복, 쾌적하고 안전한 지역 환경 조성을 담고 있다. 이곳은 4년 간 차 없는 거리와 도로 개설, 디지털 문화유산 체험 장 조성, 마을 공동주차장 조성 및 노후주거지 생활환경 개선사업, 특산물 홍보 판매 공간과 지역 거버넌스 활동 공간 조성 등이다.

더욱이 세계기록유산 체험거리 조성, 우리 동네 아지트 조성, 디지털 헤리티지 체험마당 조성, 노후주거지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167억을 투자하여 향후 4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청주시에서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운천·신봉동이 선정된 것은 매우 뜻깊은 성과일뿐더러 큰 동력으로, 주민 간 공동체 의식 회복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갖춘 동네로 발전되리라 기대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와 이를 기념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는 운천‧신봉동은 2007년 직지문화특구로 지정되었지만 지역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속적인 인구감소 등을 겪고 있다.

주민 역량은 높이고, 지역 일자리는 늘려 도시재생 주민역량강화사업에 정성을 다해야 하겠다.

우암동은 청주시 중심가에 위치하면서도 지난 30년간 인구 60.2% 감소, 20년 이상 노후건축물 비율 80.5% 등 청주에서 가장 지역쇠퇴도가 높은 지역이다. 중심시가지형인 우암동 도시재생사업은 ‘젊음을 공유하는 길, 경제를 공유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456억원이 투입된다.

주거기능 및 창업지원 공간조성, 상권특구 및 특화거리 지정·지원, 주민역량강화와 스마트시티, 생활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정비, 기존 인근지역 도시재생 공동체와 연계하며 향후 5년간 청년임대주택 공급, 청년 창업 지원, 지역공동체 역량강화와 노후주택 정비사업 등이 추진된다.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의 관건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오래전에 스톡홀름을 여행한 일이 있다. 스웨덴의 지하철은 환승거리가 매우 짧고,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우리의 3배 정도 된다. 지금도 인상 깊은 것은 그린, 레드, 블루 3개의 라인이 운행 중에 있지만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1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밖으로 나와 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새로운 이름의 역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하철역은 출구마다 특색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밖에는 진청색의 원 안에 T라는 이니셜이, 통근열차를 탈 수 있는 역에는 J 이니셜이 공통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또한 해가 진 이후에 보면 아주 멋스럽다.

스웨덴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디자인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스톡홀름 각 역마다 서로 다른 주제의 벽화나 패턴, 각종 평면 작품들이 플랫폼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도 당시 작업하던 모습을 담은 기록 사진들을 그려보면서 부럽기까지 하다.

이제라도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도시 발전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지역 공동체에 창조적 환경과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야 하겠다. 교육의 도시에서 예술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예술 프로젝트로 도시 곳곳에서 미술·조각·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다.

공공예찬은 공공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흐름을 제안하며,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의식을 높일 것이다.

우리는 공터만 생기면 아파트를 짓고, 건물을 지었다. 개발과 경제 성장만이 지상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가치인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우뚝 선 회색빛 건물, 판에 박힌 아파트 단지, 현란한 광고판들이 전자파에 우리 눈을 더욱 아프게 한다. 나무 한 그루, 풀꽃 한 포기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삭막한 도시 공간이 현실이다. 도시공간은 무조건 개발의 대상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공공디자인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이 영위되는 공간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표지판 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야 하고, 시민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어야 한다. 표지판을 보는 이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향도(鄕道)에서 삶의 터전을 만든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디자인은 시민뿐만 아니라 도시에 삶의 터전을 둔 생명체들에 대한 보살핌과 배려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건축은 낮과 밤, 해와 달, 자연이 차례로 연출되는 무대이다. 거기서 삶과 죽음, 부귀와 빈곤, 선과 악, 평화와 전쟁, 창조와 파괴, 젊음과 늙음이 동시에 나타난다. 건축은 역사의 무대를 인생의 축소판으로 연출하게 된다.

괴테는 건축을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했다. 이처럼 좋은 건축은 동화와 시, 고전 음악만큼이나 아름다움과 개인의 정서에 헌신한다. 건축의 은밀함과 강한 노래가 감춰진 침묵을 느낄 공공 건축물이, 많아질수록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은 “섣불리 채우는 공간보다 비워두는 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생각한다”는 명언이 있다. 여백의 미를 일컫는 말이다. 한편 공공디자인은 생활공간에서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시설물, 매체, 공간 등이 공공으로부터 분리되지 않게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본연의 기능도 잊지 말아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