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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금은 디폴트(default) 시대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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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13 11: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가까운 대청길 옆 자락에 편안함이 좋아 가끔씩 찾아가는 나만의 식당이 있다. 팔순의 할머니랑 육순이 된 따님이 함께 운영하는 식당인데 거기 디저트 메뉴는 늘 김연아 선수가 그려져 있는 노란 봉지의 단품 믹스 커피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할머니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봐 할머니 표 머그잔 커피를 다 비웠는데, 왠지 어제는 속이 불편하여 거절을 하였다. 하지만 조금은 걱정된 맘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풍미 있는 진한 원두커피를 상상하며 집으로 향하는데 뒤통수가 화끈거렸다.

코로나 확산으로 2학기 역시 비대면 강의로 시작되었다. 매스컴에서는 많은 업종의 사람들의 생계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 학교에서도 관련 학술대회도 연수도 모두가 취소 아니면 무기한 연기, 보류이다. 초, 중, 고등, 대학 등 모든 교육장 교육자들의 교수 방법에 다들 대안 찾기에 요즘은 정신없고 그저 분주하다. 유튜브를 통한 강의, 줌(Zoom), 팀즈 같은 화상 앱을 이용한 소통 방식에 적응도 안 되고 활용방법은 서툴기만 하다. 감염병 학회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잦은 변형으로 백신 개발도 치료제 개발도 어렵고 조만간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것이 ‘디폴트’ 값이 되는 세상이 도래될 것이라고 한다.

디폴트는 경제 용어로써 원래의 뜻은 공. 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한 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말한다. 즉 디폴트는 채무불이행과 같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정상 카드나 은행에 돈을 빌려 쓰다가 이자나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하는 일이 잘 안되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채무를 불이행하는 상황을 디폴트라고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나 지자체에 국한된 경우는 ‘모라토리엄’ 민간기업까지 포함된 경우의 채무불이행은 ‘디폴트’라고 표현한다. 즉 ‘디폴트’는 국가나 기업의 파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종식이 쉽지 않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삶의 디폴트 값이 됨에 따라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삶의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져야 할까!

18세기 파리가 유럽의 중심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 없었던 하수도 시설을 만들면서 전염병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도시 건축을 통해 장티푸스와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을 해결한 것이었다. 닫힌 방 안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소리만 듣다 보면 그것이 전부라고 여기게 되는 것을 ‘에코 챔버 효과(Echo Chamber Effect)’라고 한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오프라인에 비해서 좀 더 편향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면 알고리즘에 따라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 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비슷한 의견만 보게 될 확률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택트 시대에는 모두에게 건강한 소통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로 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모두 재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디지털 노마드나 노트북, 혹은 태블릿, 모바일 이들 중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어디서든 일은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가 “올해 연말까지 직원의 약 60%만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사무실에 나오게 될 것이며, 연말에도 대다수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들 삶 속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으며 산업, 경제에도 변화를 존재하게끔 하였다. 따라서 모든 건 새로운 것들을 이미 맞이했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 중이다. 또한, 이 틈에 ‘부실’한 것들은 무너지고 변화에 이미 대처를 잘해둔 이들은 ‘미래’를 ‘대비’하려는 생각에 굳건하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바깥 뒤뜰 좁은 길을 쫓아가다 보니 쪽빛 길모퉁이 텃밭에 할머니가 앉아서 채소들과 전쟁 중이다. 그리고 그 곁으로는 태양 빛을 따라 우뚝 솟은 해바라기랑 옥수수들이 고개 떨구며 할머니의 그늘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능청스럽게 할머니 곁에서 연거푸 호미로 헛스윙만 하나니…

지금 코로나 세월이 나를 희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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