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만 아니라 정선과 영월을 걸쳐 흐르는 동강은 기암절벽과 비경, 생태계의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며, 높고 깊은 계곡의 가리왕산에서의 서바이벌게임은 일상을 잊고 익사이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침 ‘정선군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건립’ 설계 공모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정선을 방문하게 되었다.
치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기에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며 인류의 적으로 다가오는 형세이다. 프랑스 치매 케어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가 창안한 케어법 ‘휴머니튜드’는 치매 노인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 철학이라고 했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치유의 쉼터는 자연 그대로의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도심지 요양원은 환자와 가족과의 만남이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 시 병원 이용의 편리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요양원 시설의 이용비용이 높다. 또한, 외부 휴식공간이 부족하고 지원 및 부대 시설공간이 부족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자연형 요양원은 주변의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과 치유의 환경적 요소가 도심지보다 부대 및 지원시설이 여유롭고 시설 이용비용도 다소 저렴한 편이다.
올해에 건립하고자 하는 ‘정선군 공립 치매전담요양원’은 기존 요양원 시설에서 치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정선군 요양원 시설 인근에 치매전담 요양원을 건립하고자 추진하는 공모사업이다.
건축계획 부지는 정선군 중심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으로 곡선형의 어천이 흐르고 초록의 울창한 숲과 산이 함께하는 자연 풍광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요양원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생활실의 실내 환경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 기존 시설들의 문제점인 수용 중심에서 프라이버시 확보와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생활실을 제안한다. 또 하나는 주 생활공간인 거실 공간을 개선해 관리중심의 복도형 공간에서 벗어나 함께 생활하는 중심생활공간으로서 거실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요양원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실내 배회 동선을 확보해 편안하게 치유하고 자아를 회복하는 힐링 공간으로 계획해야 한다.
먼저 주변 대지 조건을 고려한 요양원 전체배치계획이 필요하다. 다양한 배치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생활실은 생활공간 환경을 고려해 남향과 자연 조망을 최대로 확보하고, 열린 공동거실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해당 층의 모든 생활실은 공동거실 공간에 위치한 요양사 및 간호사 대기 공간에서 관리 및 관찰이 가능해야 한다. 남향배치 만을 고려해 학교 교사배치와 비슷한 편복도형의 병렬 배치는 관리 및 관찰기능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기존 요양원의 배치와 연계성을 고려하여 하나의 큰 외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외부공간을 향해 열리고 끌어들일 수 있는 배치가 이상적이다. 남향을 최대로 확보하고 모든 생활실이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치매 전문 요양원은 기존 요양원과 주변 자연경관을 연계시켜 하나의 힐링 케어센터를 완성하는 통합형 배치 계획으로 완성한다. 내부 생활공간의 구성만큼 외부 공간 구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선군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건립’에서는 두 개의 요양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한마음 마당을 외부 중심공간으로 계획하고, 힐링 쉼터와 치매전담 요양원을 위한 치유의 정원을 계획하는 것이다. 한마음 마당에서 시작된 연장 450m의 숲속 산책로를 계획하여 몸과 마음의 치유가 가능하도록 한다. 대지 지형 차를 활용한 계단식 전망쉼터는 수공간(水空間)을 바라볼 수 있는 외부 특화공간을 제안한다. 요양원 시설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생활실 환경개선이다. 병원의 경우 6인실 이상의 병실도 운영하지만, 사설 요양원을 포함한 공립 요양원에서는 4인실 이상의 생활실은 적용하고 있지 않다. 이는 4인실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4인실을 줄이고 1인실과 2인실을 추가 확보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 4인 생활실의 문제는 창가에 면한 두 명의 생활공간에 비해 내부 두 명의 생활공간은 사적인 생활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채광과 환기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기존 생활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요철형의 평면타입을 적용해 생활공간 모두 자연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고, 공용 생활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의 쉼터와 정원은 단순한 휴게의 공간만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트인 외부와의 연결로 오는 만족감과 병원의 물리적 치료 그 이상을 충족시키는 상생의 치유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주는 효과를 통해 다양한 질병들에 치료의 특성을 찾아 공간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할 일이다. 단지 수목이나 의자를 배치하는 것의 수준이 아니다. 심리적, 물리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살피면서 환자들이 질병을 직접 치료받는 공간 이외에 이곳을 통해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수목 하나의 선택이 어떤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염두에 두고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배려하는 전인적 ‘정선군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로 거듭나는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풍성하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 자연은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곳이다. 현대인들은 삶에 지쳐 힘들 때마다 푸른 숲과 시원한 바다를 떠올린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물며 병마에 신음하는 환자들은 오죽하겠는가.
병원의 디자인은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환자 중심의 디자인은 병원을 치료 기능의 공간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치유의 공간, 즉 다친 몸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마저 어루만져 주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치료와 입원, 사무와 보관 등 기능 위주의 병원 공간 일부를 점차 환자들에게 배려의 공간으로 내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정원은 환자와 보호자 이외에도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까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어느 면에서 정원은 치유 공간으로 병원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공간은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상식과 원칙은 치유 정원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제 자연 속에 위치한 자연형 요양원으로 치매를 입은 환자도 사람으로 대우하고자 하는 바람을 다른 지자체에서도 외면할 때가 아닌 듯싶다. 정선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 건립이 고통에 시달리는 치매환자들을 치유하는 따듯한 울림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