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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아! 블렌딩을 찬미하노라. 앞으로 세상은 블렌딩이 대세이리라.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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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22 18: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
출근 후 한잔, 점심 식사 후 한잔, 손님이 오면 한잔, 커피와 우리 일상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어느 부서나 커피 향기가 사무실 분위기를 좌우한다. 커피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커피나무의 씨인 커피콩을 볶아 가루로 내어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또는 증기로 우려낸 것으로 쓴맛과 신맛을 내는 음료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마신 분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한 고종황제라고 한다. 그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보급되기 시작하여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오픈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커피의 맛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쓴맛과 신맛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 구분되는데, 맛은 어떤 커피콩을 사용하는가에 달려있으나 결국은 블렌딩이 결정한다. 블렌딩은 볶기 전 또는 볶은 뒤에 서로 다른 원두를 섞어 좋은 맛과 향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보통 중성의 원두를 기본으로 신맛이 나는 원두와 쓴맛이 강한 원두를 2~5종 섞어서 한다.

코로나로 인해 커피만이 아닌 각 부문에서 블렌딩이 대세가 되었다.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블렌딩한 수업이 대학은 물론 초중등학교에서도 일상화되었다. 바로, 면대면 수업의 장점과 e러닝 수업의 장점을 혼합한 수업이 대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커피는 신맛과 쓴맛을 개인의 기호에 맞게 혼합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블렌딩은 단순한 혼합이 아닌 화합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형태, 요소, 내용 등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보다 안정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개인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인 미래세대의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1학기 내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반복하며 느끼고 깨우친 경험과 지혜를 발휘하여, 장차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블렌딩 교육 모형을 발전시킬 때다.

우리 학생들에게 온라인수업과 오프라인수업을 적정히 병행한 보다 안정적이고 유용한 교과별 수업모형의 적용은 물론, 건강상태 점검을 포함하여 조회에서부터 e메일과 전화, SNS 등을 적정히 활용한 교내외 생활지도, 나아가 종례에 이르기까지 학교 교육활동의 전 과정을 블렌딩해 발전시킬 때이다.

교육과정 운영에서의 블렌딩을 생각해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서의 정규교육과정 못지않게 비정규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정규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때, 취업을 원하는 인문계고 3학년생에게 1년간 직업계고에서 직업훈련과정을 이수하게도 했고, 아예 인문과정과 직업과정을 병행 운영하는 종합고교를 설립·운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교육 운영에 대한 공적 요구가 점차 증대되어 시도마다 대안학교를 설립하게 되었고, 현재 전국적으로 14개의 공립 대안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전에는 아직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전교육연수원 부설로 꿈나래교육원을 2017년에 설립하여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 지역 고교생의 1.35%인 600여명이 학교밖 교육을 희망해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여 이제 대전에도 대안학교를 설립할 때가 되었다. 과거 대안학교 설립을 2010년경에 추진하였으나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교육대상이 소위 문제학생으로 불려지는 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설립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규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는 진정한 대안교육인 창의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추진에 크게 문제가 없으리라 예상된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휘해 신제품을 발명하고 생산하는 각 분야 인재들이 정규교육에서보다 대안교육을 통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최근 정규학교 교육과정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개인적 소질과 적성을 대안학교에서 키워나가고 있는 긍정적인 점을 생각하자.

작곡, 디자인, 공예, 창작 등 미래지향적인 가치와 다양한 재능에 기반한 개인적 요구를 성취하기 위해 연간 300여명의 학생이 학교 밖에서 홈스쿨링을 하거나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대안학교 설립을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

또한, 최근 대안학교 시설이 기존 정규학교보다 다양하고 현대화된 시설들을 복합적으로 갖추게 되어 지역사회 발전의 기반이 되고 지역주민 문화생활의 센터가 됨을 생각한다면 지역별로 적극적인 유치 경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아인슈타인, 뉴튼, 에디슨 등 인류사를 발전시킨 인재들이 정규 학교교육과정으로 충분하지 않았음을 고려하자.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우리들 모두 아직도 호롱불 아래에서 어두운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대전교육청은 지난 8월 다양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대전형 대안학교 교육과정 운영 기본계획을 교육부(대안학교 설립 사전공모)에 제출하였고, 9월에 선정되었음을 통보받았다. 이제 2학기중에 부지를 선정해 구체적인 설립 청사진을 제출하면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설립을 승인받고, 국고를 지원받아 설립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2024년 혹은 늦어도 2025년에는 우리 대전에도 대안학교가 개교되어 우리 대전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게 될 것이다.

대안학교에서 활기차게 제2의 BTS나 트롯맨을 꿈꾸며 작사, 작곡, 노래와 춤을 연습하거나 세계적인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되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아낌없이 수놓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려본다.

더 나아가 2025년 이후에는 모든 학교에서 정규교육과 대안교육을 블렌딩하여 운영되는 날을 꿈꿔본다. 특수교육을 별도의 특수학교에서만이 아닌 어느 일반 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대안교육도 이제 전국 어느 학교에 재학하고 있거나, 거기다가 온-오프라인방식과도 블렌딩되어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 없이 원하는 때에 언제 어디서라도 받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일이 발생한 후에 준비해서는 늦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에게 승산이 있다. 유비무환의 정신을 발휘하여 위드 코로나에 대응하는 블렌딩수업, 블렌딩생활지도, 블렌딩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자.

오늘은 왠지 잠들기 전에도 은은한 신맛이 그윽하게 나는 블렌딩이 잘 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 아! 나는 오늘 블렌딩을 찬미하노라. 앞으로 세상은 각 부문에서 블렌딩이 대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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