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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섬김의 리더십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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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0.18 16: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살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연륜이 더해지면서 심오한 자숙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소통과 솔선수범이다. 정책 하나도 왕의 위세로 집행하지 않고 타협과 소통, 솔선수범으로 정착시켰다. 기본적으로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었다. 언행을 조심하고 겸손하게 함으로써 신하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삶에서 세종대왕과 유사한 리더십을 바라기는 힘들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발견할 수 있다며 신념을 토로하는 교육계의 원로 K교장이 존경스럽다. 그는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이 되면 세종대왕을 추모하며 추도예배를 드리는 분이다.

그를 만나면 형처럼 마음이 따스해진다. 봉사와 나눔의 손길이 하나 둘씩 모여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간다며 만날 때 마다 보따리 둘을 지니고 있다. 등에 지고 다니는 보따리에는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선물과 유익한 건강상식이나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 등을 손수 제작하여 만든 인문학자료가 담겨있다. 또 하나의 보따리에는 본인 소지품이 들어있다.

그는 청주 육거리 시장을 종종 찾아 노점상에게 선행을 베푼다. 생선을 파는 아낙에게는 신문뭉치를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떡을 준비해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매상이 없어 허탈해하는 상인들에게는 몇 만원씩 손에 쥐어주며 힘내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줄 것을 생각하고 베푸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섬김의 삶이 아닐까.

지금의 사회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너무 팽배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릴 적 어른들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며 견문을 높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현재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연 공동체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하는데 필요한 덕목들은 무엇일까. 사랑에는 존경, 봉사, 배려, 이타주의 등이 우선시된다. 서로 호흡을 함께하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 봉사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나 자신이 위안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24년 전부터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라는 사회단체를 이끌면서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야말로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라며 아름다움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금껏 정성을 다하고 있다.“우리는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먼저 봉사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과 너무나 딱 맞아떨어져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매사에 경청하는 태도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권위는 봉사와 희생에 근거한다. 봉사의 덕목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경험에서도, 진정으로 위대한 조직의 최고 경영진은 서번트 리더들이다. 지위에 따른 권위와 힘을 지닌 사람들이 주어진 권위와 힘의 사용을 자제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아껴둘 때 존경을 받는다. 로버트 그린리프가 쓴 『서번트 리더십』 중, 스티븐 코비가 자청해서 쓴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세상에 참 많은 리더십 스타일들이 있지만,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이다. 성경에도 ‘섬김의 리더십’에 대한 비밀을 말씀하셨다.

그린리프에 따르면 서번트 리더십은 ‘타인을 위한 봉사에 바탕을 두고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의 기본을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작품인 『동방으로의 여행(Journey to the East)』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안하였다. 여러 사람이 여행을 하는데 그들의 허드렛일을 하는 레오(Leo)가 갑자기 사라지자 일행은 혼돈에 빠지고 흩어져서 결국 여행은 중단되었다. 그들은 충직한 심부름꾼이었던 레오 없이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레오가 없어진 뒤에야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레오는 서번트 리더의 전형이다.

드럭커(Drucker)는『미래경영(Managing for the Future)』에서 지식시대에서는 기업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도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리더가 부하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기존의 리더십 패러다임에서 리더가 부하들을 위해서 헌신하며 부하들의 리더십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서번트 리더십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좋은 것으로 넘치고 있다. 어찌 그리 좋은 약, 좋은 음식, 좋은 물건도 많은지. 온통 좋다는 말 뿐이고 홈쇼핑 채널은 24시간 ‘특별한’ 상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세상은 동시에 과장과 위선이 판을 치고 있다. 명품도 가짜가 많고, 전화도 보이스 피싱이 많다. 진실이 묻힌 채 말이 화려해지고, 내용과는 달리 과대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가짜가 판을 치고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요즈음 더욱 리더의 ‘진정성‛이 요구된다. 진정성 있는 리더는 삶에 일관성이 있다. 자못 ‘배려와 정의’가 그의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전후가 맞지 않고, 표리부동하며 언행이 다른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 남의 잘못에는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 사람들이 있다.

리더십은 직업이 아니고, 연기도 아니다. 리더십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진정한 리더로서의 삶 그 자체이다. 내가 나의 삶을 온전하고 진실 되게 영위하는 가운데 남에 대한 영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진정성이 빠진 리더십은 한낱 가식의 몸짓에 불과하다.

현세를 사는 우리는 위민정책으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세종대왕의 ‛섬김의 리더십’이 한층 그리워진다. 그의 치하에 3대 명재상으로 이름을 높인 황희, 맹사성, 허조는 각각 개성이 강하고 굽힘없이 바른 말 잘하는 성품으로 젊은 시절 파직을 밥 먹듯이 한 것으로 유명하다. 진보적인 세종에게 항상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황희는 보수적인 유교학자로 원리원칙주의자이다.

그러나 그는 세종대왕이 노비출신의 장영실을 등용할 때 찬성한 유일한 신하로 그때 그는 인사담당인 이조판서였다. 맹사성은 옳지 못하면 임금의 명이라도 거부하는 성품으로 특히 태조와 정종 때 여러 차례 파면되었다. 그러나 그는 세종에 의해 등용되어 안정된 조선을 이끌었다. 또한 자기주장이 확고한 황희, 허조와 더불어 균형의 정치가 가능하게 하였다. 허조는 시비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사람으로 명나라에 사대를 하며 눈치를 보는 신하들 앞에서 영락제의 기병 일만의 요구를 당당하게 비판하고, 명나라의 순장제도에 대해서 “대국의 것이라도 배울게 못된다.” 라고 바른 말을 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바른 말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황희, 맹사성, 허조라는 당대의 걸출한 재상을 세 명이나 신하로 둘 수 있었던 것은 힘으로 누르고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경청하고 섬기는 세종대왕의 섬기는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덧 산야에는 단풍이 들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K 교장의 보따리는 허름해 보일지라도 베풀고자 하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필수품으로 한 걸음 다가온다.

21세기 무역 10대국이며 민주주의를 지구상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발전시켜왔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약자들의 아픔과 강자에게 의지하여 약자를 누르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침통한 마음이 든다. 500년 전 세종대왕의 ‘섬김의 리더십(서번트 리더십)’이 우리의 유산으로 지켜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각 분야에서 섬기는 리더십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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