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한유영 기자 = 대전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자가 나온데 이어 의식불명 상태에 놓인 환자까지 발생하면서 '백신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겨울철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동시 유행)'을 우려해 예방접종에 서둘렀던 사람들은 최근 연속 발생하는 사망사건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는 21일 오후 5시 기준 인천, 전북 고창, 대전, 제주, 대구, 서울·경기 등에서 모두 9명이 발생했다. 연령별로 80대 2명, 70대 2명, 60대 1명, 50대 1명, 10대 1명 등이고 남성이 5명, 여성이 2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맘카페, SNS 등을 중심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경우가 이렇게 한꺼번에 나온 경우는 처음본다". "혹시나 주변에서, 우리 가족 중에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된다". "사망자에 대한 확실한 조사가 이뤄져 백신과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국민들에 하루빨리 공개 해야한다", "차라리 백신 접종을 하지않겠다" 등 코로나19에 이어 독감백신 사망 이슈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전에선 지난 20일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씨가 사망한데 이어 유성구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B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현재 모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앞서 20일 오전 10시께 서구 소재 의원에서 예방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cctv확인결과 19일 오전 9시께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진표에 날짜가 20일로 기재돼 착오가 생긴 것. A씨가 자택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된 시점은 20일 오후 2시께며 10분 뒤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112에 인계, 3시께 최종 사망선고돼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안치됐다.
B씨는 지난 19일 한 이비인후과에서 오전 10시에 접종 받은 후 당일 구토증상이 나타났다. 하루가 지난 20일 오후 1시께 의식불명 상태로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됐으며 현재 치료중에 있으나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A씨와 B씨가 접종한 백신은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로 확인됐다. A씨가 접종한 백신(PT200801)은 대전시에 7만 410도수가 있으며 이 중 2만 3489명이 접종해 4만 6921도수가 남아 있다. B씨가 접종한 백신( PT200802)은 지역 내 있는 14만 170도수 중 5만 1560명이 접종완료해 8만 8610도수가 남았다.
A씨와 같은 서구 의원에서 백신을 접종한 32명, B씨와 같은 이비인후과에서 접종한 90명에 대한 모니터링에선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예진표 작성 당시 독감 백신 접종이 불가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기재했으나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료를 넘겨 받아 과거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정해교 보건복지국장은 이날 독감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상온노출과 백색침전이 있었던 문제의 백신은 아니고 해당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은 질병관리청의 검토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오늘(21일) 총리 참석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사망사례에 대해 질병청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나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저질환에 의한 것인지 유통과정 상의 문제인지 다양한 방면에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 공식 인정된 사례는 1건이다. 2009년 60대 여성이 접종 후 두 팔과 다리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입원 치료 중 폐렴 증세가 겹치면서 다음 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