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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전 공공의료원 설립에 거는 기대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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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22 15: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자본주의가 갖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돈이 없으면 병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그로 인해 자칫하면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에 대한 보완책이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됐지만, 다행히 빠른 속도로 그들을 따라잡고 있다. 돈이 없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히 구멍을 메우고 사각지대를 없앤다 해도 어디선가 빈틈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형편에 놓인 이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대부분 돈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공공의료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공공의료원은 형편 때문에 병원에 제대로 갈 수 없는 이들에게 문턱을 낮춰주어 그들이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병원이다. 공공의료원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는 병원이다.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치료를 해주거나 염가의 치료비를 받아 운영해야 하는 병원이다.

그러니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맞다. 공공의료원이 수익을 냈다면 그건 경영상의 성공일지는 모르지만, 설립 취지를 놓고 볼 때 적합하지 않은 일이다. 가끔 보면 일부 언론은 보도를 통해 공공의료원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나무라며 ‘돈 먹는 하마’라고 핀잔을 준다. 의회가 공공의료원의 적자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의 보도를 접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지적하는 기자나 의원이 공공의료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공공의료원은 민간병원 또는 대학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설립하는 병원이 아니다.

2013년 충격적인 사건이 경남 진주에서 발생했다. 진주의료원이 만성적인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세금을 축낸다며 도지사가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공공의료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업한 첫 사례로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전 국민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진주의료원은 실제로 폐업했고, 아직도 재설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근 지역의 저소득층은 진주의료원의 폐업 후 많은 불편을 감내했어야 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진두지휘한 당시의 도백은 훗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상대 진영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공의료원이 없는 대전시가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멀지 않아 대전에도 공공의료원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민의 염원이 이제야 성사될 모양새다. 반가운 마음과 더불어 한편에선 염려와 조바심이 앞선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대전시가 경남도처럼 공공의료원을 수익사업으로 인식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 때문이다. 만성적자가 이어지면 지방비로 감당이 안 된다며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면 어쩌나 싶은 염려가 생긴다.

7년 전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진주에서 실제 발생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거듭 밝히지만, 공공의료원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 물론 수지를 맞춰 별도의 재정 투입 없이 운영된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공공의료원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공공의료원은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맞다. 수익을 내는 공공의료원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공공의료원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전시도 처음부터 의료원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 자체를 갖지 말아야 한다.

의료원을 취약계층과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동구 지역에 건립하겠다는 생각은 옳다. 의료복지는 다른 어떤 분야의 복지보다 선행돼야 한다.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복지이기 때문이다. 공공의료 서비스는 복지이면서 곧 인권이다. 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이다. 그래서 대전의 공공의료원 설립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른 어떤 정책보다 쌍수로 환영할 일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아프고,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라야 진정한 복지국가이고 인권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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