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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학습 꾸러미가 싫은 셋째,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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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17 15: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이 있는 12월이다. 아이들이 일 년 중에 가장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둘째와 셋째는 올해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선물 이야기를 한다. 물론 둘 다 장난감 선물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겨울방학은 작년처럼 엑스포 공원에 만들어지는 야외 스케이트 장에서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올해 야외 스케이트 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실망감이 컸다. 그리고 겨울방학부터 내년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주부터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1000명에 가깝게 발생하고 있다.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필자의 아이들은 학교와 온라인을 번갈아 가며 학교와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필자의 대학은 중간고사 이후 약 4주 정도 출석 수업하고,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후 종강하고 기말고사에 들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기말고사는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바꿔가며 하고 있다. 이중 가장 어려움을 겪었을 만한 학생들을 꼽자면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일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은 한글을 새로 익히거나 완성해나가는 단계에 있고, 학교생활을 처음 하거나 적응에 들어가는 단계인데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의 리듬이 깨져 아이들과 부모에게 혼란의 연속이 되었다.

필자의 셋째는 올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입학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지 않았다. 작년 같으면 입학식 날 학교 다목적 체육관의 강당에는 입학생과 가족들로 꽉 차고, 운동장은 입학하는 학생들의 가족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가득했던 것이 기억난다.

셋째의 입학식 날이 지난 후 개학은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 순으로 연기된 후 EBS 방송을 보며 4월 20일에 온라인으로 개학하였다. 그리고 6월 8일부터 등교하였다. 온라인 개학을 하기 전까지 셋째는 국어와 수학 위주로 EBS 초등 1학년 과정을 보게 했다. 개학은 계속 연기되고, 아이가 집에서 놀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누나, 형과 함께 EBS 방송을 보게 했다. 셋째는 누나와 형이 EBS 방송을 보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특히 셋째는 두 살 위인 형이 하는 것을 고대로 따라 한다. 그 덕에 자기 나이에 맞지 않은 것을 습득하는 것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형이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에서 하는 동시 발표회에서 외울 동시를 같이 외우거나, 형의 초등학교 1학년 국어와 수학 과정, 구구단 등을 일부 혹은 전부를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셋째는 형이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 한다. 놀 때, 밥 먹을 때, 같이 목욕할 때, 공부할 때 등 좋은 행동도, 나쁜 행동도 따라 한다. 그래서 아이 엄마는 둘째에게 동생은 네가 하는 행동을 많이 따라 하니까 좋은 행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온라인 개학이 되면서 셋째는 아침 9시와 10시에 30분씩 EBS 방송을 보며 학교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매일 해야 할 학습 꾸러미를 했다. 학습 꾸러미는 매주 학교에서 집으로 보내는 아이들의 주간 학습 과제물이다. EBS 방송을 보며 공부해야 할 내용과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온라인 개학 초기 셋째는 학습 꾸러미를 잘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기 싫어했다.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어려움이 없지만, 선생님과 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보였다. 아직 아이의 언어발달이 안 된 단계에서 학습 꾸러미의 문제를 읽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떤 주는 혼자 하기 싫다고 투정 부리고, 울다가 주말에 몰아서 누나는 그림을 그려주고, 형은 수학을 도와주고, 엄마는 문제를 읽어주며 학습 꾸러미를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학습 꾸러미’를 ‘떼떼 꾸러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그때의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셋째에게 학교에 갈래? 아니면 집에서 온라인 학습한 다음 학습 꾸러미 할래? 라고 물어보면 학교에 가겠다는 말이 바로 나온다. 아마 이것은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집도 같은 문제일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셋째에게 학교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항상 재미없다고 한다. 교실에 들어가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옆 친구와 거리를 1m 이상 멀리 두고 앉아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친구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말도 할 수 없다.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자주 봐줄 수도 없고, 가끔 와서 봐준다고 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답답하고, 쉬는 시간도 10분에서 5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수업 2개를 묶어 블록 타임으로 하면 쉬는 시간이 더 줄어 힘들다고 한다.

얼마 전에 셋째에게 학교에서 친구 몇 명 사귀었냐고 물었더니, 아직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붙어 앉아 서로 이야기하며 맛있게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식사해야 한다. 수업 후 운동장이나 동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안 되니 빨리 집으로 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릴 뿐이다. 하루하루 재미없는 학교생활의 연속이다.

셋째는 학교 공부를 나름대로 잘 따라가고 있다. 학교에서 가져오는 학습지, 평가지, 받아쓰기 등을 보면 동그라미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 상당수가 한글을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 수업이 부족해 생기는 결과이다. 그래서 요즘 누나와 형은 격주로 학교에 가지만, 셋째는 매일 학교에 간다. 매일 학교에 간 이후로 셋째의 기초학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 학교에서 선생님의 노고가 느껴진다.

셋째는 코로나19 때문에 지금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아주 힘들게 보내고 있다. 강하게 통제된 학교 환경에서 답답한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말하면 안 되고, 친구들도 못 사귀고,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놀지도 못한다.

미국과 영국은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다시 복귀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뛰놀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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