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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수 남진과 나훈아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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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20 14: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하지만 가장 대표적 라이벌을 꼽으라면 대개는 가수 남진과 나훈아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46년 목포 출생의 남진과 47년 부산 출생의 나훈아는 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0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라이벌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이 둘을 역대 국내 최고 반열의 가수라고 지목하는데 이견은 없다. 이들은 지금도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라이벌이라지만 이들의 행보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창법도 차이가 극명하다. 나훈아는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남진보다 월등히 많은 곡을 발표했다. 그런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히트곡도 더 많다. 나훈아의 노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한 곡이 많아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진은 최고의 세계적 팝스타로 통하던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방한 중후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노래해 나훈아와는 차별성을 보였다.

이들이 경쟁 관계를 형성한 지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언론은 이들에 집중하고 있고, 더불어 팬들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인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선의의 경쟁 중 하나로 지목될 만하다. 이들 둘을 라이벌로 몰고 가는 프레임은 이제 지겨울 만도 할 텐데 팬들은 전혀 지겨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후함을 더해가며 한국 예술계의 거목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서고 있는 이들에게 이전보다 더한 찬사를 보내며 환호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들 둘의 행보는 확연히 엇갈리기 시작한다. 나훈아는 연예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한 채 세상과 모든 연락을 단절하고 칩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세상이 존재감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 초대형 공연을 치른다. 그 공연은 매번 놀랄 만한 기획력을 선보인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콘셉트의 공연을 성사시켜 대중의 뇌리에 깊은 각인을 준다. 그럴 때마다 ‘역시 국민가수’라는 대중의 찬사가 쏟아지고 한동안 그의 공연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진은 근래 들어 오히려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인다. 방송 출연도 부쩍 늘어 심심찮게 그를 만나볼 수 있다. 후배 연예인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그들에게 제대로 맏형 노릇을 해주는 듬직한 모습을 보인다. 초대형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기회만 주면 수시로 무대에 올라 대중을 향해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을 선보인다. 노래 이외에 심사나 토크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며 더욱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어떤 노년의 행보를 통해 자기관리를 헐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숨어지내다가 가끔 한 번씩 초대형 공연을 통해 굳건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고, 대중과 더 가까이 호흡하며 친숙한 이미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 또한,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무엇이 옳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굵게 한 번씩 존재감을 드러내든, 잘게 자주 존재감을 이어가든 그것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다. 이걸 가지고 두 가수의 무게감을 논할 일도 아니다. 그냥 스타일일 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화려했던 시절의 영화(榮華)를 내려놓고 대중에게 한발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남진에게 더 고마움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최근 신인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가수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주옥같은 덕담을 던지고 있다. 덕담을 전해 들은 가수 지망생이 얼마나 용기를 얻을지 생각해보니 새삼 고맙다. 나이가 들수록 더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후배들과 스킨십 하는 모습은 훌륭하다. 이런 그에게 누가 감히 ‘꼰대’라는 말을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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