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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집에 대한 단상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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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21 11:08
  • 기자명 By. 홍석원 기자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예전시대 우리 조상들은 좋은 터에 집을 짓고 자손 대대로 잘 사는 것이 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집터 하나를 잘 골라서 그 집을 지키는 성주신에게 복을 빌며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이다. 집을 지을 때는 반드시 성주굿을 하였고, 성주를 모시는 성주독의 쌀은 해마다 햅쌀로 바꾸어 가며 정성을 들였다. 그 집을 지키는 신에 따라 길흉화복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번 집을 지으면 대대손손 살아간다는 거주의 개념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집은 가족의 다른 이름이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처럼 따뜻한 게 어디 있으랴. 집에 가면 나를 위로해줄 가족이 있거나, 세상 편히 쉴 곳이 바로 집에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집에서 마친다. 집은 지친 삶을 재충전하게 해주는 곳이자, 휴식과 위안의 장소인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집안 이곳 저곳 신경 쓸 일도 많아지고, 좀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고 쾌적한 곳으로 집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심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듯하다.

그러다보니 요즘 방송에서 단연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집과 관련된 것들이다.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전원주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더니, 급기야 아예 손수 집을 짓는 프로그램까지 방송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어떠한 집에 살고 싶은가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아주 잘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들은 건강과 안전, 편리성을 넘어서 자연 가까이, 생태적인 삶의 환경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산과 바다를 보는 뷰, 깨끗한 공기, 원목 감성, 텃밭, 마당 등의 존재 유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자신의 취향과 로망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사는 공간이 너무도 각박하게 되어 있음과 무관치 않다.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가지기 어려운 현실, 조립식 블록처럼 지어지는 도시의 몰개성, 오염과 질병으로 병들어가고 있는 도시와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서도 좁은 방 안에 갇혀 있거나, 공기청정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되면, 산 속에 오두막이라도 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더욱 집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 집의 온기, 생기, 활기를 찾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랜선 근무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자연 속의 집을 원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런 집에서 사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삶의 질은 곧 집과 그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집은 재테크의 수단이 된지 오래고, 집의 크기와 가격 유무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살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분양받는 집이 얼마나 오를 것인지를 먼저 따지고, 내가 행복할 집이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집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보아야 할 때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현재로서는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우려가 된다. 오히려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고 하니, 서민들이 집 한 채 갖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집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 건강한 주택 보급을 하는 것이 정부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살고 싶은 집 하나를 모든 국민들이 가질 수 있을 때, 국민 행복도도 늘어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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