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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트라우마의 반전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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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28 15: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에서 유래된 말로 의학적 용어로는 ‘외상’을 의미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충격’을 말한다. 살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것이 결코 행운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그야말로 나쁜 경험 없이 순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큰 행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주위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정신적인 외상인 트라우마는 심약한 사람에겐 큰 상처로 남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인간을 통해 생긴 트라우마는 사람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을 낳고 나아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한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과연 인간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는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일까?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그 원인을 찾아 반드시 결자해지해야 한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상처 입은 그 장소, 그 사람에게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곳에서 잘 해결이 되면 충분히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고, 생각하기에 따라 오히려 보약이 되어 적당한 면역력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처를 디디고 반전의 미래를 펼칠 수 있도록 주위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과거의 속박인 트라우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건강한 인생을 스스로 조각해 갈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갖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거 없는 불안감은 후회를 남기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경험을 남긴다”는 어느 책 글귀처럼 잘 될 거라는 단순한 기대가 도파민을 생성해 우울증을 완화하게도 한다. 그리고 자기 확신은 신체적, 화학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하니 트라우마 극복에도 자신감은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살면서 우리 인간은 대부분 ‘한 일’ 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더 많은 후회와 안타까움을 느끼므로, 이왕이면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하는 일이 적도록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살아가는데 뭔가 장해물이 되는 것은 빨리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트라우마가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어 스스로 획기적인 반전을 일으켜 보자. 물론 생각대로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누구의 도움보다 당사자 자신이 극복해야 하지만,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담긴 대화 또한 트라우마 극복에 필요한 요소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의 나쁜 기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갖추게 되면 건강한 치유가 가능하다. 물론 과거의 고통을 놓아 버리느냐 못 버리느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트라우마 생존자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살면서 꼭 필요한 면역력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여유가 생기는 순간, 당신은 이미 트라우마가 치유되어 인생의 승자로 거듭나게 된다. 아픈 상처가 힘이 되어 방어력이 생기고, 단단한 맷집의 소유자로 세찬 비바람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거목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트라우마 환경 속에서 살고 있으나, 모든 인간은 트라우마 경험들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유전적으로 타고났다”고 한다. 살면서 특별한 트라우마가 없다면 그 사람은 운이 매우 좋거나 조금은 무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의 그늘에 갇혀 있지 말고, 이미 생긴 트라우마라면 스스로 열심히 치유해보고 그걸로 반전의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해보자. 지금, 이 순간도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 때문에 새로운 트라우마가 누군가에게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살았기에 그로 인해 생긴 상처는 반드시 새살이 돋아 당신을 더욱 강인한 사람으로 재탄생 시킬 것임을 감히 확신한다. 작은 트라우마 조차 발생하지 않아 우리 모두가 행운과 어깨동무 할 수 있는 건강한 새해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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