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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공이산(愚公移山) 하면 우보만리(牛步萬里) 하리!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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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1.03 14: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2021년 신축년은 소띠의 해인데 올해 소띠는 하얀 소로써 재물과 명예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소띠 해이라고 한다. 원래 ‘소’라는 동물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우직한 이미지를 주면서 우리네 삶을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물이었다. ‘소’는 인내심도 매우 강하고 참을성이 많은 독립심이 강한 동물이기도 하다. 또한, 소는 주인의 뜻을 알아차리고 행동하며 상황변화에 대처하는 능력과 목표를 향한 끈질김도 강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자식들 공부시키거나 시집·장가 보낼 때 소를 팔거나 가정의 경기부양책으로 소를 사서 새끼를 낳아 수매하면서 논마지기를 늘이는 등 재산증식 즉, 투자의 목적으로도 많이 길렀다.

올해 TV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새해 벽두 인사 중 유독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단어를 많이 인용하는 것 같다. 우보만리(牛步萬里)는‘소’의 걸음은 느리지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걸어서 만 리를 간다는 뜻으로서, 인내하며 끝까지 나아가면 뜻을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소’라는 동물은 성질이 급하지 않아 웬만한 일에는 쉽게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순둥이 ‘소’는 자신에게 적의를 품거나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쇠뿔과 엄청난 힘으로써 상대방을 무섭게 공격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는 황소들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투우’라는 민속경기가 있는데 우리말로 표현하면 ‘소’싸움인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통 민속경기가 있다. 경북 청도, 진주, 의령 등에서 매월 3월경 개최되는 소싸움 축제인데 진행방식이 외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소싸움은 소하고 소가 싸우는 것인데 반해 스페인의 투우는 사람과 소와의 싸움이다. 물론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유명한' 하바네라와 투우사의 노래󰡑에서는 마타도르(투우사)의 멋진 물레타(빨간 망토)가 여심을 흔드는 팩트가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초에 황희 정승과 ‘소’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황희 정승이 벼슬하기 전에 이야기인데 어느 날 황희 정승이 길을 가다가 잠시 쉬게 되었다. 마침 그때 어느 농부가 두 마리의 소 등에다 멍에를 씌워 밭 가는 것을 보고, 황희 정승이 묻기를 “두 마리 ‘소’중에서 어느 ‘소’가 더 나은가!”라고 물었더니 그 농부는 대답은 하지 않고서, 계속 밭 갈기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밭 갈기를 그치고 나서야, 황희 정승에게 다가와서는 귀에다 대고 작게 말하였는데, “이 소가 더 낫습니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황희 정승이 괴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농부에게 물었다. “왜 귀에다 대고 말하는가!” 하니, 농부가 말하기를 “비록 가축이지만, 그 마음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가 나으면 저 소는 못 한 것이니 소에게 이를 듣게 하면 어찌 불평의 마음이 없겠습니까!” 이후 황희 정승은 큰 깨달음을 갖게 되었고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또 다른 ‘소’에 관한 사자성어로 ‘우생마사(牛生馬死 )’라는 내용도 있다. ‘소’보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헤엄이 둔한 ‘소’는 물살에 의지해서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진다는 뜻이다.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애써도 의도하지 않게 일이 꼬이기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돌이켜보면 이 모두가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기다림이 부족한 탓이기 때문이다. 이 나이가 되어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미안하고 많이 부끄럽다. 누군가 아파할 때 나는 성취감에 취해 우쭐하였고, 누군가 절망의 탄식으로 밤잠 설칠 때 나는 승리의 콧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다. 매사를 호랑이의 시선으로 멀리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걷는다는 뜻으로 세상만사 모든 사실을 호랑이와 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바라보되 소와 같이 성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함을 일컫는 말이다.

신축년 올 한해 나의 중심어요 나의 바라기로 ‘호시우보(虎視牛步)’를 조용히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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