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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족이 주는 선물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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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1.10 16: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아내 생일 전야제를 한다고 딸이 서둘러 집에 왔다. 아내는 반가워하면서도 아들 생각에 바빠서 오지 못할 거라고 푸념을 한다. 하기야 필수적인 사회경제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과 모임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회 분위기다. 요즘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중한 만큼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1000여 명을 상회한다고 하면서도 내심 서운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딸은 새벽에 큰 케익이 오도록 주문했다고 은근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아내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케익은 무슨 케익이냐고 반응이 시원치 않다.

동이 틀 무렵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깜짝 놀란 우리는 아들을 얼싸안고 한동안 말문을 잊었다. 그제 서야 아내의 얼굴에 화기가 솟는다. 아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딸이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며 동생이 새벽에 온다는 얘기를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딸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엄마! 큰 케익이 온다고 했잖아. 큰 케익이 아들이야” 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이 방안 가득하다.

아내의 생일 케익을 마주하고 늘 그랬듯이 준비한 편지를 읽어 주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 장단을 맞추며 호응한다. 아내는 소리 없이 이내 눈물을 흘렸다. 아내의 눈물에는 많은 회한이 담겨있는 듯했다. 훌쩍 커버린 자식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못 다해준 사랑이 아쉽기도 했을 것이고, 듬직하게 자라준 자식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그동안의 녹록지 않았던 삶의 버거움이 한꺼번에 썰물처럼 밀려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내의 눈물이 촛불에 반사되어 반짝 빛을 낸다. 나 또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뒤늦게 만학을 한다고 11년 동안이나 가정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아이들의 성장기에 야유회 한 번 같이 갈 시간을 나누지 못하고 보살핌을 주지 못하였으니 두고두고 죄책감이 밀려온다. 특히 생의 겹을 더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더욱 그러했다. 아침 햇살을 마음껏 받아들이기 위해 꽃봉오리를 열고 있는 연꽃처럼 힘들수록 가족은 희망이다. 어려운 사회의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삶의 오솔길인 가족에게서 나온다. 가족은 즐겁고 기쁠 때는 잠시 잊고 지내기도 하지만 외롭고 힘들 때는 엄마 품속같이 간절하게 그리운 대상이다. 가족들의 사랑과 헌신에 대한 감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기도 하다.

아들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라며 닷새 후에 아버지 생신 때까지 집에 있겠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얘기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테니스를 치면 되겠다고 했더니 좋아한다. 하기는 외국으로 가족여행을 했을 때도 테니스를 쳤다. 준비운동 겸 난타를 치다가 3판 양승으로 게임을 하면 누가 이길세라 승부욕이 발동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니 재미가 쏠쏠하다. 아들은 몸이 빠르기도 하지만 스매싱이 좋다. 힘을 다하여 공을 되받아치면서 마음속으로 뿌듯하다. 바쁜 중에도 틈틈이 체력관리를 위해 테니스를 치는 아들이 기특하다.

테니스를 치고 귀가하면 아내는 누가 이겼느냐고 꼭 묻는다. 아들이 이겼다고 하면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아쉬워하며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내가 이겼다고 하면 그럴 리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남편 사랑, 자식 사랑이 한껏 묻어난다. 테니스를 치며 열심히 뛰고 땀 흘리는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다. 아들과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서브, 스트로크, 스매싱, 발리 오로지 그것에 정신을 집중하고 몰입한다. 서브에이스, 드롭 발리, 강 스매싱, 멋진 발리라도 성공시키면 그 순간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주위에서 “나이스 샷”이라도 한번 콜 해주면 신이 난다. 스포츠란 사람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한곳으로 집중하는 마력이 있다.

우리 집 거실 한쪽에 고정식 자전거가 있다. 아들은 땀이 흠뻑 젖도록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즐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평소 무관심했던 내 마음에 동요가 인다. 이제부터라도 실내에서 고정식 자전거를 타야 되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고정식 자전거 타기는 하체의 대근육을 사용하는 심폐 지구력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실시하게 되면 효과적으로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내에서 하는 유산소성 운동으로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 또한, 고정식 자전거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속도와 거리, 운동 시간과 그에 따른 kcal 소모량, 심박수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바퀴에 부착된 벨트의 저항을 달리하거나 자신이 바퀴를 회전시키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운동 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운동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저녁에 자전거를 한 시간 타면 다음 날 아침이 상쾌하고 하루가 즐겁다.

아들은 재택근무라서 주기적으로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외국 바이어들과도 회의를 하는 광경을 보며 리더십도 있고 유창한 언어 구사에 또 다른 아들의 면모를 보는 것 같다. 또 한 편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아들에게 도전을 받는 심정이다.

아내에게 기념이 되는 날에는 의미를 부여하며 해마다 편지를 써왔다. 생일은 물론 설날, 추석 명절, 결혼기념일, 처음 만났던 날들을 잊지 않고 추억하며 편지를 쓰니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온갖 고생을 마다 않는 아내를 생각하며 하늘 천(天) 자 대신 아내 처(妻) 자를 바꿔보니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하듯 해학이 넘친다.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달려있다는 인명재처(人命在妻)', ‘최선을 다한 후 아내의 명령을 기다리라는 진인사대처명(盡人事聽妻命), ‘정성을 다하면 아내도 감동한다는 지성(至誠)이면 감처(感妻)', ‘아내 밑에 있을 때 모든 것이 편하다는 처하태평(妻下泰平)' 이라고 음미해 보니 제법 그럴 싸 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한다. 사실 지금과 같은 어지럽고 힘든 코로나 시기에는 모두가 정신적으로 민감해지기 쉽다. 돌이켜 보니 무엇인가를 이루었을 때 행복은 잠시뿐이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은 갖추었으니 과욕을 버리고 가진 것만큼 만족하면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내려놓기’를 할 때 불안과 근심을 줄일 수 있고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탈무드에도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을 통해서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현재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내 생일을 맞아 코로나19로 가족과 함께한 일주일이 소중하기 그지없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신축년 새해에는 무엇보다 우선 가족끼리 먼저 소통하며 보듬어, 그 따스함이 코로나로 지친 우리 사회에까지 퍼져 나갈 것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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